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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미국의 국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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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의해 부국의 국가이익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에 와있다. 물론 그것은 한국의 안보리 해와 일치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는 미국의 편에서 보면 어디까지나 2차적 고려사항에 불과하다.
미군의 한국주둔 30여년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자명하다.

<미군주한 30년의 역사>
2차 세계대전 직후 점령군으로 미군이 한국에 온 것이나, 그후 49년에 철수한 것이 모두 미국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 이뤄졌었다. 당시 한국정부 지도자들이 그야말로 『공포에 떨』정도로 미군철수에 반대했지만, 미군은 전혀 이에 개의치 않고 떠났던 것이다. 미국전략가들이 한국은 전략적 가치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군의 중추세력으로 미군이 참전하게된 것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냉철한 세계전략에 의해서였다. 중국본토의 적화로 인한 미 국민의 「쇼크」가「유럽」에만 한정했던 대공산 봉쇄정책을 「아시아」에까지 확대시키도록 강요했던 것이다.
바로 미국의 이러만 봉쇄정책은 우리를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의 마수로부터 구해준 원동력이다. 우리로서는 이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마워해야 하라는 것과 6·25때 미국을 움직인 동인을 역사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그런 관점에서 미국을 움직인 동인이 공산주의의 확대를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기초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냉전체제의 논리였던 이러한 진영내부의 중심·주변국가간 의존·보호관계는 70년대에 들어 탈냉전구조가 심화해 감에 따라 변모하게 되었다.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지금은 두 나라간 국가이해의 일치 내지는 미국의 입장에서 본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평가가 양국관계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되어버렸다.

<탈냉전시대의 미 국익>
그렇다면 탈냉전시대에 있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켜온 미국의 기본적인 대한이해는 무엇이었던가.
우선 동북아의 안정을 꼽을 수 있겠다. 일본을 미국 편에 확보해 두고 소·중공의 세력확대를 견제하자는 것이다. 한반도의 현상안정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이며, 미군의 한국주둔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도 관련하는 것으로 또다시 「아시아」전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 미국이 역설적으로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회피하는 것은 미국의 중요 국가이익이 된다. 또 이러한 안전판으로서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은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세계적 신뢰를 증진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통해 커다란 군사적 및 경제적 실체로 성장한 한국을 미국의 총합전력의 틀 속에 확보해두는 것은 미국의 놓치기 어려운 국가이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은 그들의 지원을 통해 미국적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보편성을 입증하는 한 성공적 예를 한국에서 찾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러면 이제 「카터」미 대통령이 주한 미 지상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기본이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카터」대통령을 비롯해 소국의 정책수립 가들은 대개 이러한 이해의 변화를 부인한다.
미국정책수립 가들이 보기에 부분적으로 미흡하거나 유감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이해가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대폭 감축해도 이제는 미국의 대한이해를 지속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군사전략과 선거전략>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책임 있는 반론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다.
「싱글러브」소장소환·해임사건은 바로 주한미군 철수론이 미국 내에서도 충분한「컨센서스」에 바탕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하겠다. 우리가 보기에도 「싱글러브」장군의 견해는 상당히 객관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 철수의 절차와 방법, 그리고 청치·군사적인 보완조치를 다룰 한미간의 협의는 객관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진행되어야 하겠다.
더군다나 주한 미지상군 철수문제는 냉혹한 군사전략의 문제인 만큼 그것은 오로지 엄한 논리적 분석에 의거해서만 취급돼야하지 선거운동상의 필요성에서 안출 되었던 정치적「슬로건」같은 것에 구애받거나 좌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미국정치의 기저를 이루는 시민의 여론이나 그에 구애를 받는 「카터」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가두여론이 어떤 것이든, 또는 그에 영합해야 할 정치인의 입장이 어떤 것이든, 책임 있는 당국 자된 입장에서는 마땅히 냉정한 객관적 분석태도를 견지해서 한·미 양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가장 호혜적일 수 있는 논리적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만하겠다.

<평화정착 위한 국방여건>
미국의 복안이 충분히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것이 되기 위해선 주한미군철수계획의 위험부담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완벽한 보장조치를 게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 보장조치는 비단 한국입장에서의 요구라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 미국자체의 전략상의 필요와 현안문제 자체의 논리적 요구로서 제기되는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한 전반적인 국제적 여건조성을 병행함이 없이 『무턱대고의 철군』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으니 말이다.
문제를 이런 식으로 고찰할 때 한미쌍방이 해야할 일이란, 호혜적이던 기존 협력관계를 새로운 형식으로 재편하더라도 그것 역시 계속 호혜적인 관계로 지속될 수 있도록 이성적인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것뿐이다.
누가 더 이득을 보고 누가 더 손해를 보느냐 하는 식의 흥정이나 갈등이 아니라, 변화되는 상황에서나마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한에서의 공동이익 추구의 기술적 수단을 함께 계산해내야 할 때인 것이다. 협의에 임하는 양측대표의 차분한 대화정신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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