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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학생들의 학력저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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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초·중등학생들의 학력저하와 학습결손을 막기 위해 최근 교육학계 내에 일고있는 학습개선방법이론 논쟁(본보17일자4면, 일부지방18일)은 교육종사자는 물론 전체 학부모의 지대한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특히 전국의 중학과 서울을 비롯한 일부지방고교의 이른바 평준화문제가 격렬한 찬반양론을 일으키고 있는 이때, 이제 학생들의 학력향상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본 난은 이감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소 책이 결국은 입시제도의 부활을 비롯한 학교 및 교육자에게 자주적 역량발휘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러나, 현 사태 하에서는 과밀학급에다 이질집단을 수용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 알맞은 효과적인 교수방법을 개발, 엄밀한 검토를 가진 후 이를 실제교육에 적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문교부도 이 같은 새로운 교수방법개선의 필요성 때문에 행정과학연구소와 교육개발원을 설립하거나 지원함으로써 교육학자들의 중지를 모았다. 그 결과 창안된 것이 「완전학습」과 「새 수업체제」등으로 명명된 이론과 방법 등이었다.
그러나 두 이론은 처음부터 미국의 한 교육학자가 연구한「매스터리·러닝」(완전학습)·학교학습「모델」과 흡사해, 한국의 실정과는 여러 면에서 부합되지 않고 모순이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더구나 최근 두 이론을 분석한 한 교육학자의 평가결과는 이러한 방법의 도입으로써도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평가가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완전학문」과 「새 수업체제」를 학생들에게 적용할 경우, 학급당 95%의 학생이 1백 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실력을 갖게 하는 것이 창안자들의 목표였다. 그러나 결과는 학생들의 성적이 60점에 불과하고 완전학습 도달 율도 15∼20%정도인 것으로 조사자는 밝히고 있다. 결국 막대한 연구비의 지원에도 불구,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에서 이 방법의 계속적인 적용은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이 판명된 것이다.
우리는 그 원인을 「완전학습」등의 새 교육 공학적 방법이 외국에선 이미 연구가 끝난 훌륭한 교육이론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론에만 치중, 한국적 교육여건을 소홀히 다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한국적 교육여건이란 특히 도시학교에서 「콩나물교실」로 표현되는 심각한 다 인구 학급, 이와 관련되는 교사의 상대적 부족, 학부형의 교육비부담이 무거움에도 불구, 새 교수방법 도입을 위한 실제 교육비는 태부족이라는 교육계의 문제점 등으로 대표된다.
따라서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한 교육이론의 개발도 이 같은 여건의 테두리 속에서 원칙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성취목표설정·학습결함발견·학습결함처치·성취목표제시·수업 등 11개 항목으로 이뤄진 완전학습이론은 학생수가 30여명 미만인 선진국에서는 교사1명이 개인지도 하듯 가르칠 수 있겠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불가능함이 자명해진 셈이다. 이와 함께 완전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교재 역시 별도 연세대교육연구소가 개발하여 아아 지역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채택된 EDP(교육발전계획「모델」)을 제외하고서는 수업시간에 이용되기 어렵거나 겨우 부교재처럼 가정에서 이용돼 학부모의 부담만 가중시킨 결과가 됐다.
교육개발원이 개발중인 「새 수업체제」이론 역시 계획·진단·지도·발전·평가단계 등으로 구분, 단계마다 학급내용별로 10분씩, 30분씩 교과 진도를 나눠 지도토록 하고 있지만, 그 시간 내에 이해 못한 학생을 위한 대책이 거의 결여돼 있다. 결국 이 제도들이 다시 전국적으로 실시될 경우, 교사와 학생사이에는 교육의 주체인 인간이 빠져있고 과학적인 교육학자가 창안한 이론만 남아있는 협상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나라의 교육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보다 현실적인 새 교수방법 개발이 필요함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교육개발기관들은 각계의 학자가 폭넓게 참여,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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