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화 서두는|이준 열사 묘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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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세기 초 나라 잃은 한을 품고 「네덜란드」의 수도「헤이그」에서 분사한 이준 열사의 묘소가 정화된다. 「네덜란드」정부는 이 열사가 묻힌「헤이그」시 공동묘지의 한구석을 사적으로 영구히 보존키로 한데다가 우리 정부의 성역화 계획에 따라 순 한국식 비석과 동상이 서게된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묘소를 답사한 조각가 백문기(서울대)교수는 『묘소가 좁고 그 속의 증록이 일부 틀린 점도 있어(Repubaic of Korean 등)2년 전부터 정부에 예산을 신청했었다』고 동기를 설명한다. 백 교수는 금년예산에 3천만원이 계상되어 착수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2년간 이 열사의 묘소 옆에 새로운 묘가 들어서 성역화사업에 어려움이 생겼다. 『막상 땅을 사려고 했더니 벌써 75년 겨울에 새로운 묘가 생겼다. 서양에선 묘의 이전이 지극히 힘들며 새로 생긴 묘의 이전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헤이그」공동묘지당국은 묘소입구를 넓히고 나무가 거슬리면 베겠다고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백 교수의 설계는 이 열사가 묻혔던 자리에 한국고유형태의 검은 비석 위에 갓 석을 씌우고 그 정면에 높이90㎝·어깨 폭 72㎝·가슴두께 40㎝의 이 열사 동상을 세운다. 흉상좌우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비문을 세우며 바로 앞에는 상석 위에 향로를 만든다. 그 뒤에는 석 병풍을 만들고 다시 푸른 나무 울타리를 둘러주며 주위 전체를 야트막한 돌담으로 경계표시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왼쪽에는 커다란 돌 화병을 만들 계획이다. 화병이 커야할 이유는 너무나 꽃이 많기 때문.
『돌 값이 비싸서 큰일입니다. 화강암도 대리석보다 3배나 더 비쌉니다. 그것도 서독 등지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주문한 후 6개월이나 걸려요. 그래서 한국 돌로 서울에서 비석 등을 만들어 운반해올 예정입니다….』 백 교수는 비문 등은 이 열사 기념사업회 등 단체가 현재 작성중이며 준공은 빨라야 내년 1월이 되겠다고 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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