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외화 대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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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3종 외화 대부제를 신설하여 외국은행 국내지점으로 하여금 고철·원면·소맥 등 주요 원자재 수입과 일부 내수용 수입을 지원키로 했다.
새로운 형태의 외화 대부제를 실시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는 잘 알 수 없으나 원면수입에 크게 충당되어 오던 미국의 상품 신용공사(CCC)대금의 대한 배정액 감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면 자금 배정규모가 1억8천만「달러」에서 8천만「달러」로 급속히 줄어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자금원을 마련해 줄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CCC자금으로 확인되던 상품은 원면뿐이 아니었던 것이므로 소맥·우지 등 자금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에 따라서 업계는 물론 수입상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환 보유고가 35억「달러」선에 있어 그 정도의 자금요인이야 문제될 것이 없을 듯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외환 보유고를 필요 이상 늘려 통화관리 면에서 어려운 부담을 질 필요가 있느냐 하는 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정부가 보유외환을 사용하기보다는 3종 외화 대부제를 만들어서까지 자금부담을 피하려고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줄로 안다.
발표된 내용대로 라면 3종 외화 대부제는 외환 보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외환보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외자금 「루트」를 바꾼 것이므로 금리조건이나 상환기간 만이 차이를 보일 뿐 전체적으로는 종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상환기간이 단축됨으로써 관련업계에는 적지 않은 자금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 부족 분은 국내여신으로 메워줘야 한다는 여파는 불가피할 듯하다.
한편 각도를 달리해서 평가한다면 3종 외화 대부제도가 종래의 D/A「유전스」물자 차관 등과 얼마나 다를 것이냐 하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D/A 「유전스」보다는 기간이 길고 「뱅크·론」보다는 짧은 것이라 할 수 있으나, 크게 본다면 무역신용의 변형이라고 해서 큰 잘못이 아니다. 이러한 단기성 신용제도를 구태여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올해 들어 많이 늘어난 수출 선수금과 함께 일단은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해서 국제수지가 호전되고 있다면 대외외채 관리 면에서 단기채를 정상수준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단기채 규모를 줄여 안정성 있는 장기채로 바꾸든지, 아니면 외환보유고를 줄여 단기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3종 외화 대부제는 정부가 특별한 사정을 설명해주지 않는 한 일반적인 정책운영 방식에서는 벗어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해외부문에서 급속히 창조되는 통화압력 때문에 국내금융이 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국내균형 보다는 대외균형을 계속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우선시켜야 하겠는지를 관계당국은 다시 한번 검토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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