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에 열중…독어는 잊을 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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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교수로 재직중인 「한스·위르겐·자보로프스키」교수가 조병화씨의 시집 『어느 생애』(Ein Leben)와 오영진씨의 희곡 『맹 진사 댁 경사』(Hochzeit aut Koreanisch)를 각각 독일어로 번역, 출간했다.
서독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동양학, 특히 한국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71년 내한한 「자보로프스키」교수는 한국학에 대해서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독인.
그는 이미 76년 서독「비스바덴」에서 『학자며 정치가인 목은 이색』, 76년 서울에서 『한국현대문학 「앤덜로지」를 독어로 출간한 바 있으며 『그 자신의 가장 중대한 일』이라는 『한국현대시선』의 번역 출간을 준비중이다.『조씨의 시집을 번역하게 된 것은 그의 시가 누구의 작품보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며 「맹진사댁 경사」는 외대 독어과 학생들의 독어 공연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힌「자보로프스키」교수는 『너무 한국어에 열중하다보니 독어를 잊어버릴 정도』라 할만큼 우리말이 유창하다.
하지만 말에 아무리 익숙해도 『번역은 역시 힘들다』는 것이 「자보로프스키」교수의 고백. 가령 「쓰리다」「아리다」같은 표현은 정확한 전달이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의 번역저서들이 너무 졸속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내년 「프랑크푸르트」대학에 돌아가 한국학을 강의하게 됐다는 그는 가급적 다시 한국에 돌아와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그는 부인과 3자녀(1남1녀는 서울서 출생)와 함께 서울에 살고 있다.<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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