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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1%대 99% 룰’ 적용되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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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호 18면

주택 시장에 금융위기의 한파가 매서웠던 최근 몇 년 새 수억원을 번 아파트가 있다? 올 들어 서울 강남권에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입주한 단지들 얘기다. 낡은 집이 새 집이 됐고, 값이 뛰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지상 13~16층의 전용면적 110㎡형 177가구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넉넉히 들어섰고 지상은 공원 등으로 조성됐다. 독서실·피트니스센터·골프연습실·주민공동시설 등의 커뮤니티시설을 갖추고 있다.

공사비 빼고도 2억원 올라 ‘대박’
올 초 완공된 이 아파트는 원래 지은 지 20년이 넘은 전용면적 85㎡형의 두산 아파트였다. 주차장이 부족해 늘 주차 전쟁을 겪어야 했다. 집이 30% 커진 새 아파트로 바뀌면서 리모델링 전인 2009년 9억원 선이던 시세가 지금은 15억원까지 올랐다. 리모델링 공사비로 2억9000만원 들어갔으니 3억1000만원이 남는 셈이다.

같은 동의 청구 아파트와 대치동 대치우성2차 아파트도 각각 청담 아이파크와 래미안 하이스틴으로 거듭났다. 이들 단지도 전용면적 85㎡에서 110㎡로 집을 넓히고 3베이(거실+방 2 전면 배치)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새 집이 됐다. 공사비는 2억5000만~2억6000만원이었고, 공사비를 빼고 오른 가격이 2억~3억원 정도다.

이 정도도 주인 입장에선 반가운데 이들 아파트가 기존 가구수보다 더 지어 일반분양까지 했다면 집주인의 입이 귀에 걸렸을 것이다. 래미안 로이뷰가 전용면적 59㎡형 27가구(기존 가구수의 15%)를 일반분양할 경우 분양 수입이 200여억원으로 가구당 공사비를 1억1000만원가량 줄일 수 있다.

청담동 두산 등이 리모델링할 때는 일반분양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부터 기존 가구수의 15%까지 가구수를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게 됐다. 집을 더 지을 수 있도록 3개 층까지 층수를 높일 수 있다.

강남권 3개 단지의 환골탈태와 일반분양·수직증축 허용. 리모델링의 화려한 데뷔다. 격세지감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견제의 임무를 띠고 2000년대 초 제도화됐다. 정부가 집값 급등을 주도하던 재건축에 쏠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03년 주택법에 리모델링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재건축하지 말고 기존 집을 고쳐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재건축 대안으로 작기만 했던 리모델링은 쑥쑥 자랐다. 2005년 정부는 기존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할 수 있게 했다. 2007년엔 리모델링 허용 연한을 준공 후 20년에서 15년으로 단축했다.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아파트가 크게 늘면서 사업성이 문제가 됐다. 리모델링은 단순한 집 수리가 아니고 기존 골조만 유지하고 사실상 집을 새로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새 아파트 공사비의 80~90% 수준으로 3.3㎡당 500만원 선이다.

집값 싼 지역선 사업성 없어 주의를
정부는 2012년 증축 범위를 최대 40%로 확대하고 가구수 증가와 일반분양을 기존 주택 수의 10%까지 허용했다. 이어 일반분양분을 15%로 늘렸고 구조안전을 우려해 풀지 않았던 수직증축도 할 수 있게 했다.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일반분양이라는 개발이익을 갖게 됐다. 경우에 따라선 재건축보다 더 쏠쏠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고 사업부지의 일부를 공공시설 용지로 무상으로 내놓는 기부채납(재건축은 대개 10% 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 제한도 덜하다. 최근 재건축 대상인 여의도 한 아파트는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돌아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이 리모델링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장밋빛’은 여기까지다. 눈을 낮춰 리모델링의 이상 말고 현실을 봐야 한다. 리모델링 사업성은 공사비, 일반 분양가격과 주변 아파트 시세에 달려 있다. 공사비는 어디든 비슷하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분양 가격이 높으면 분양 수입이 많아 가구별로 부담해야 할 비용(분담금)이 줄어든다. 3.3㎡당 주변 시세가 비싸면 리모델링으로 집이 커지고 새 아파트가 된 데 따른 가격 상승폭이 크다.

분양가를 3.3㎡당 3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얼마나 될까. 서울 강남권 일부다. 분양가가 이보다 낮아 분담금을 내더라도 리모델링 후 집값이 분담금보다 많이 오르면 손익 분기점은 넘기게 된다. 이 경우도 서울·수도권에서 집값이 꽤 비싼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그래서 리모델링 시장은 돈 버는 ‘1%’와 돈 벌기 쉽지 않은 ‘99%’로 나뉠 수 있다. 99%가 1%의 기대감에 흥분해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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