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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했다 돈 잃고 구단 잃고 … 농구계서 영구 퇴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3호 23면

미국프로농구(NBA) LA클리퍼스 선수들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의 인종차별 발언에 항의하는 뜻으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서 팀 로고가 보이지 않게 티셔츠를 뒤집어 입었다. [AP]

1981년부터 구단주를 맡았으니 벌써 33년째다. 미국프로농구(NBA) 현직 최장수 구단주다. 강산이 세 번은 넘게 바뀔 기간 동안 구단을 운영했는데 곤경에 처한 그를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하나 없다. 그는 NBA의 ‘왕따’였던 걸까.

왕따 된 미 NBA 클리퍼스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

 최근 인종차별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LA클리퍼스 도널드 스털링(80) 구단주 이야기다.

 스털링은 여자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경기장에 흑인과 함께 오지 마라” “흑인과 뭘 해도 좋지만 공개적인 자리에 함께 다니지 마라” “너의 인스타그램(SNS)에 올라와 있는 매직 존슨의 사진을 지워라”라고 말한 사실이 미국의 연애 전문매체 TMZ의 폭로로 드러났다.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구단 로고가 새겨진 연습 유니폼을 일제히 벗어던진 뒤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몸을 풀었다. 구단주에 대한 항의표시였다. 기업들은 잇따라 클리퍼스와 후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매직 존슨, 찰스 바클리 등 흑인 농구 스타들에 이어 당시 아시아 순방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강도 높게 스털링을 비판했다. NBA도 빠르게 움직였다. 진상조사를 해 스털링을 영구 퇴출시키고 벌금 250만 달러(약 26억원)를 부과했다. 스털링은 클리퍼스 지분도 팔아야 한다. NBA 규정에 따르면 전체 구단주의 4분의 3이 동의할 경우 해당 구단주는 구단을 매각해야 하는데 스털링을 제외한 29개 구단주가 스털링 퇴출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흑인 선수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NBA는 더 그렇다. NBA 전문가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은 “NBA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각종 차별성 발언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스털링은 2006년과 2009년에 이미 한 번씩 인종차별 발언으로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이번 영구 추방이 스털링이 그동안 NBA에서 워낙 인심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라는 싸늘한 시선도 있다. 스털링은 구단주이면서도 농구에는 정작 관심이 없고 구단을 오직 자기과시용으로만 생각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클리퍼스 구단의 선수 이름도 몰라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애덤 실버 NBA 총재 취임 후 터진 가장 큰 사건이라는 점도 중징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버는 NBA를 지금의 세계적인 리그로 만든 주인공인 데이비드 스턴 전 총재의 뒤를 이어 올 2월 수장이 됐다. 이번 사태로 실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철퇴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털링의 영구 추방 징계 이후 ‘실버의 환상적인 결정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스털링은 지금 암 투병 중이라고 한다. 2년 전부터 전립선암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정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뉴욕포스트는 스털링이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좀 말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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