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1번지」 보선 앞둔「종로-중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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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1번지」로 불리는 수도심장부 종로-중구의 보궐선거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모처럼 선거「미풍」이 불고 있다.
9대의원 총선거 후 4년만에 맞는 선거라는「감회」외에도 △유신체제성립 5년의 치적이 최초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점 △78년의 대통령선거와 10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선 예비선거라는 점등으로 이번 보선의 정치적 의미는 막중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임시국회 소집전이 유리>
「조용한 분위기 속의 국민총화」라는 기본입장을 견지해온 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보선이 달갑지 않은 돌발사인 셈.
당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신민당으로서도「보선론」은 또 하나의 짐을 짊어지는 고통스런 관문.
이 대표의 해외발언으로 상당한 시달림을 받고 있는데다 명동사건의 확정판결에 따른 신민당의「이미지」동요, 같은 야당인 통일당의 저돌적인 추적 등 시기적으로 좋을 수가 없다는 관측이다.
어쨌거나 여당 측은 △보선을 종로-중구에 국한할 것인지 1명만 궐원된 채 보선을 안 해온 나머지 5개 지역구에도 보선을 실시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고 △보선의 실시시기 △후보 선정 등을 결정해야한다.
대체로 보선대상 지역은 종로-중구에만 국한시킬 것이 지배적 견해다. 이곳의 전통적인 「야세」를 감안, 다른 지역구까지 포함시켜「평균이상의 종합전적」을 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소수 의견으로 나와있기는 하다.
오는 7월24일이 법정시한인 보선실시 시기에 관해 한 여당관계자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 △대학의 학기말 시험기간 중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판단에 따르면 보선은 대체로 6월 하순∼7월 초순 사이에 실시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기국회 전 한번은 임시국회를 열어야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조기선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보선 논의 속에서도 여권일각에서는 보선연기론이 아주 없지는 않다.
연기론은「천재지변·기타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연기할 수도 있다는 국회의원선거법 1백33조를 원용, 「불가피한 사유」를 들어 연기할 수도 있다는 논리인데, 이번 경우 납득할만한「불가피한 사유」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여 측이 아예 후보를 내지 말자는「회피론」도 있는 것 같으나 근거가 약하다.

<소리내지 않고 임전태세>
소리는 내지 않고 있으나 공화당은 조직점검 등 임전태세는 조용히 진행. 우선 선거조직관리를 책임질 수 있도록 종로-중구 부위원장 5명 중 위원장 대리를 맡을 1명을 선정중이며 48개 동 단위에 투입시킬「베테랑」선거요원을 전국 당원을 대상으로 물색하고있 다.
공화당은 21만 명의 유권자중 투표율을 70정도로 예상, 당선가능성을 장기영 씨의 당선 때처럼 5만표 선으로 잡아 이 선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71년 대통령선거 때 중구에서 여당이 승리했던 점은 이런 진단의 근거.
여당의 후보문제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많은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아직은 추측단계.
우선 종로-중구의「연고자」로 박인각(중구위원장·8대 낙선)·문창탁 씨(8대의원·전 중구위원장)를 들 수 있고「거물급공천」론에 따라 태완선 대한상의회장·김택수 대한체육회장·김용우「보이스카웃」총재·민관식 전 문교장관·이동원 전 외무장관·박경원 전 내무장관·장성환 전 교통장관 등의 이름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신민당의 경우는 10여명의 자천자들까지 합쳐 현재 20명 선. 본인의 의사표명과 관계없이 거론되고있는 인물들로는 김옥선 김의택 권중돈 유옥우 씨 등 신민당사람들과 양일동 통일 당 당수, 김홍일 씨 등. 정일형 고문의 직계가족과 근친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색현상.
종로-중구의 역대 당선자를 보면 윤보선·장면·이윤영·윤치영·이인·박순천·원세동·오하영·한근조·주요한·전진한·유진오·정일형·김두한·신인우·장기영 씨 등으로 항상 야당의 당선율이 높았다. 특히 5·16후 이 지역에서 실시된 4차례의 총선거와 한차례의 보선결과를 보면 9대 1로 야세가 강했고 여당은 2명씩 뽑게된 9대에서야 장기영 씨를 당선시킨 실적.

<제헌이래 보선은 42차례>
제헌이래 8대까지 실시된 보선은 모두 42건.
2년간의 짧은 임기였던 보선은 이승만씨의 대통령취임. 장면 씨의 주미 대사임명 등으로, 겸직불허인 공직 취임 등으로 8차례 실시.
2대 국회임기 중에는 6·25전쟁으로 사망의원이 8명으로 확인돼 이들에 대한 보선이 치러졌고 윤치영(공주) 전진한(부산·무)씨도 당선.
3대 때 실시된 5건은 신익희 씨(광주)등을 포함한 사망「케이스」뿐. 4대 때는 한번도 없었으나 5대 국회 때는 5·16혁명에 의해 임기개시 9개월만에 국회가 해산됐으면서도 11건이나 치러졌다.
윤보선씨가 대통령에 취임한 종로 갑구에서는 전진한 씨가 다시나와 당선했고 특히 반 민주행위자 공민권 제한법에 따라 최하영(이천) 이재학(홍천) 씨 등 7명이 의원직을 상실해 보선, 백두진(이천) 이교선(홍천) 김대중(인제)씨 등이 당선.
6대에서는 민중당강경파 5명(정일형 김재광 윤제술 서민호 정성태)이 한일협정비준에 반대하여 의원직율 사퇴, 보선. 3선 개헌 열풍이 휩쓴 7대 국회에서는 김종필씨의 공직사퇴로 부여에서 친형 김종익 씨가 진출했고 신민당소속의 성낙현 씨는 개헌지지 성명을 발표, 그를 응징하기 위한 신민당의 해산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으나 창녕 보선에서 공화당으로 당을 바꿔 출마해 당선되는 기록을 남겼다.
한편 8대에는 길재호 씨(금산) 김성곤 씨(달성-고령)가「10·2」파동과 관련, 공화당을 탈당함으로써 보선, 서울 성동에서 고배를 마셨던 박준규 씨가 낙향, 당선해 올라온 일도 있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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