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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선원 11명 모텔서 지내게 … 해경, 서로 말 맞추게 방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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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양경찰의 세월호 사건 초기 수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세모그룹 출신인 이용욱(53) 전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당장 해경은 인력 배치를 부적절하게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더해 사고 직후 선원들을 한 모텔에서 지내게 함으로써 입을 맞출 기회를 주는 등 초기 수사가 체계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경은 사고가 난 지난달 16일부터 이준석(69) 선장과 선원 10명을 전남 목포시 죽교동의 모텔에서 지내도록 했다. 이들은 구속될 때까지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모텔에서 잠을 잤다. 모텔에선 해경의 눈을 피해 자기들끼리만 지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선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기 어렵도록 감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그랬는지 의문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손모(57) 1등 기관사가 모텔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가 다른 선원에게 발견돼 제지됐다. 해경이 늘 감시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선원들은 또 조사 초기에 “승객들에게 배에서 탈출하라고 알렸다”거나 “승객 구호조치를 했다”는 등 같은 답변을 했다. 실제 이뤄지지 않은 일에 대해 똑같이 답한 것이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조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검찰 측 관계자는 “합수본부에 합류해 보니 해경이 조사해 놓은 것은 선장의 진술조서 몇 장이 전부였다”며 “내용 또한 ‘사고 원인을 잘 모르겠다’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해경은 합수본부가 꾸려지기 전에 사고 당시 배를 몰았던 박모(25·여) 3등 항해사와 조타수 조모(57)씨도 조사했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조타수 박모(59)씨 등 4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고 한동안 병원에 머물렀다. 경찰은 이들이 참고인 신분이란 이유로 감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이 수사에 합류한 뒤 대질신문 등이 이뤄지면서 선장과 선원이 승객을 놔두고 탈출한 사실 등이 드러나 15명 전원 구속됐다. 해경은 또 선장이 본사인 청해진해운과 통화했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 역시 합수본부가 꾸려진 뒤에야 선장을 비롯해 선원이 청해진해운과 7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 교수는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둬야 할 선장과 선원을 마치 피해자처럼 다루는 등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고 말했다.

 해경이 이준석(69) 선장에 대해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선장을 담당 경찰관의 아파트에서 재웠다. 해경은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고 모텔 앞에 진을 친 취재진을 피하려 경찰관 아파트에 데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목포=최경호·노진호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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