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빅데이터 이용하는 글로벌 농업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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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벤자민 마크 후드리스
몬산토코리아 대표이사

최근 이상기후 현상으로 기후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식량안보 문제가 연일 언론매체의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과 에너지·수자원 수급 불안정으로 농업이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 분야에서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에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일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농업 분야는 이제 기계화와 자동화를 넘어 정보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필자의 고향인 호주에서도 최근 들어 농·축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과일의 색깔을 12단계로 감지해 익은 정도에 따라 얼마나 물이나 비료가 필요한지 주인에게 전달하는 로봇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 정보화 경쟁이 심화되면서 양질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몬산토 역시 얼마 전 날씨 관련 빅데이터 업체인 ‘클라이밋 코퍼레이션’과 농업기술 지원 소프트웨어 업체 ‘프리시젼플랜팅’을 인수했다.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은 토지·지형·날씨에 따른 주요 작물의 작황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후 예측도 가능하게 해 준다. 세계적인 여러 기업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농부들에게 토양과 작물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 정부도 ‘창조농업’이라는 기조하에 농업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2249억원을 투입해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농업 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의 농업은 95%가 과학기술이고 5%가 노동”이라고 언급하며 한국 농업의 첨단과학화 노력에 힘을 실어 줬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농업의 현실은 안타까운 면이 있다. 농업인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35.6%로 높은 편이며, 현장지원 및 교육이 가능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실제 농업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잦은 자연재해로 농업에서도 양질의 정보 수집이 매우 중요해졌다.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 농업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혁신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보화를 통해 재배면적당 생산량과 농가의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킴으로써 농가의 수익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농업은 더 이상 낙후된 1차 산업이 아니다. 한국 농업의 첨단산업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및 기초 인프라 확충을 위한 학계와 업계·정부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도 절실하다. 한국 농업이 혁신적인 기술과 정보화를 바탕으로 창조농업으로 거듭나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벤자민 마크 후드리스 몬산토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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