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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북위 79도…지구 최북단의 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공위성 추적소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북극 탐험의 기지 「킹즈베이」에 들어가기 전에 서해안의 칠빙하를 보는 것은 장관이었다. 동양의 역학에서도 「칠」자가 나쁘진 않지만 「유럽」에선 「일곱」이란 숫자가 행운을 뜻하며 우발적이지만 빙하가 일곱개가 한데 모여 있다는 것은 진귀한 현상이다.
이 칠빙하 중의 큰 빙하는 폭이 4·5km나 되는데 가뜩이나 음산한 날씨여서 그런지 빙하의 터진 수많은 금인 「크레바스」가 더욱 험상궂게 보였다.
「킹즈베이」에 들어서니 아늑하고 평화스러웠다. 2, 3층집들이 열대여섯 채 밖에 안 보이는 마을이지만 무연 시설이 있는 문화촌이다. 이 「스피츠베르겐」 제도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사는 마을을 발견했다.
외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지 길가에서 만나는 어떤 사람은 마치 이웃이라도 만난 것처럼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다.
이 「킹즈베이」는 「멕시코」 난류의 덕택으로 여름 석달 동안은 바다가 얼지 않기 때문에 선박들이 많이 드나든다. 처음에는 이 근처에 탄광이 발견되어 탄광촌으로서 출발했으나 그 뒤 지리적인 요지여서, 북극 탐험의 기지로서 쓰였다. 여기에는 바닷가로 석탄을 나르던 경변차 「레일」이 그대로 버려져 있는가 하면 석탄을 나르던 부둣가에는 네 바퀴로 된 낡은 증기 기관차가 있어서 그 옛날의 번영을 말해주는 듯 했다. 이 증기 기관차는 세계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는 문명의 이기일 것이다.
이 마을의 집이란 집은 모두 「노르웨이」식 목조 건축인데 매우 청초해보였다.
기초를 하지 않고 다만 땅에다 1m쯤 높이로 굵은 말뚝들을 박고 그 위에다가 마루를 깔고 지은 집이다. 지붕 밑 다락방을 비롯한 2층집이 많다. 집들은 서로 남의 집의 빛깔과 다른 여러 가지 칠을 했는데 무슨 동화 속의 집과도 같았다. 북극 아닌 북극의 더 큰 우수를 달래려는 듯이 아롱진 빛깔이 매우 따뜻하고도 밝은 인상을 주며 이 「스피츠베르겐」의 냉혹한 자연과 매우 좋은 「콘트라스트」를 이루고 있다.
집과 집 사이에는 널빤지를 깔아서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분드라」 지대로서 여름철에는 질펀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붕에는 쇠막대기들을 몇개씩 걸쳐 두었는데 이것은 눈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특색 말고도 이마을 집은 현관 문앞에 기생 주택처럼 자그맣게 덧대어 입구를 하나 덧붙인 것이다. 이것은 이 북극의 추위와 눈을 피하고 집안의 온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마을 집들은 경제적으로 각기 난방 장치를 따로 하지 않고 공동「보일러」에서 보내는 「스팀」을 쓰고 있다. 여기에 쓰이는 기름은 「노르웨이」 본토에서 여름철에 날라온 것이다.
몇달이고 캄캄한 밤이 계속되는 흑야의 겨울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추울텐데 자기 발바닥을 핥으며 겨울잠 (동면)을 잔다는 곰처럼 겨우내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살게 된다.
이 마을의 동장격인 어른을 찾았더니 매우 반기면서 『북위 79도의 지구 최북단의 마을』이란 글이 쓰인 「페넌트」를 기념으로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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