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위경련으로 오인하기 쉬운 담석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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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몸에 병적으로 돌멩이가 생기는 병이 있다. 담낭·콩팥·침샘 등이 돌멩이가 생기는 대표적인 부위. 그 중에서도 담낭의 결석은 식생활을 비롯한 문화적인 양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담석증도 현대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질환인 것이다.
민병철 박사(전 서울대의대외과교수·현 신영병원장)의 기억에 따르면 1930년대만 하더라도 겨우 6, 7례 정도 발견되었던 담석중이 요즈음은 민 박사 병원에서만도 1주일에 4, 5례 수술할 정도로 급증했다.
환자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담석의 종류도 현대화되었다는 민박사의 말이다. 주로 육식을 하는 구미인에게는 「콜레스테롤」이 똘똘 뭉친 담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채식을 주로 하는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담즙색소인 「빌리루빈」이 단단하게 엉긴 돌멩이가 담낭에 생긴다.
그런데 요즘 특히 도시인들에게서 구미인 것과 같은 「콜레스테롤」석만이 발견된다는 민박사의 보고다. 「빌리루빈」석은 이따금 농촌환자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
물론 미식 탓이다. 「콜레스테롤」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육류를 즐기기 때문이다.
구미에서는 40대 뚱뚱한 다산부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민박사의 말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약간 많은 정도다(1·2배) .
특징적인 중상은 급격한 우상복부산통. 어찌나 배가 뒤틀리고 아픈지 방을 때굴때굴 구른다. 대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서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위경련이라고 오진하기 쉽다고 민 박사는 지적한다. 그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위경련의 8할이 사실 담석중이다.
흔히 가슴앓이 또는 속앓이라고 부르는 것도 담석증이라는 민 박사의 말이다.
평소 증상이 전혀 없는 담석증도 있다(전체의 약50%). 그러나 오른쪽 윗배에 격렬한 산통과 오한·발열이 나고 황달까지 출현하면 담석증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경구적 담낭조영술 등으로 담석증이 확진되면 외과적으로 담낭을 떼내어버리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민 박사는 강조한다. 담낭이라는 것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잠시 저장되는 곳이기 때문에 담낭 절제를 한다고 해서 소화에 하등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민 박사는 무증상담석까지도 있다는 사실만 발견되면 즉시 담낭절제술로 제거해야만 뒤탈이 없다고 주장한다. 가끔 담석을 용해시킨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있으나 이는 오히려 담석증·담도담석증·췌염·간농양·간경변증·인접장기와의 누공형성·담석장폐색·담낭암 등을 합병할 위험이 있다고 민 박사는 경고한다. 외과적인 담낭절제술만이 담석중의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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