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간첩 강우규 등 11명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앙정보부는 24일 북괴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간첩지령을 받고 재일동포 투자 기업체의 임원을 가장하여 국내에 잠입, 암약해온 북괴거물간첩 강우규(60·대형「플라스틱」감사)와 국내의 관련 고정간첩 김기오(52·신정문화사 전무) 등 일당 11명을 검거, 서울지검 공안부에 구속 송치했다. 중앙정보부는 관련자들로부터 공작금 l천5백만원, 북괴에 드나들 때 사용한 북괴외교관 여권, 노동당입당용 이력서 등 38점의 증거물을 압수하는 한편 여죄를 추궁중이라고 밝혔다. <개인별 범죄사실은 6면에>
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강은 재일동포 실업가의 국내 진출에 편중하여 국내투자 기업체의 임원이라는 합법적 신분을 얻은 후 동향인이라는 구실을 붙여 제주도 출신 국회의원 현모·홍모·양도씨 등을 소개받는 등 정계인사 4명, 재계인사 7명, 예비역육군중장 김모씨, 고대교수 강모씨, 전교육감 김모씨, 서귀고교장 현모씨 등 학계인사 등 지식인과 노동자 80여명과 접촉, 이들을 포섭대상으로 삼고 활동 중이었으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동조자를 규합, 지하조직인 「자유통일협의회」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여 유사시에 대기할 것을 꾀했다는 것이다.
간첩 강은 33년3월 제주도 서귀포보통학교를 졸업, 그해 4월 도일한 이후 약 44년 동안 대판·동경 등지에서 술집 및 다방 등을 경영하던 중 69년2월초 동경도 적판 소재 모「호텔」에서 전 민청간부 김모의 소개로 당시 재일조총련 제1부의장 김병식에게 포섭된 후 다시 김의 소개로 일본의 일광·신숙·열해·상야·품천 등지의 「호텔」을 돌아다니며 북괴공작 지도원 이모(45세 가량)로부터 「김일성주체사상」 「혁명전통」 「항일빨치산투쟁기」 「3대 혁명이론」 등 정치사상을 교양 받았다는 것이다.
강은 그후 이에게 노동당 입당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남반부에 침투, 연고자 특히 영향력 있는 고위층 인사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약점을 조성하는 한편, 조직원으로 포섭하라』는 지령에 따라 그 당시 동향인으로 재일동포 실업가인 이모씨가 국내에 대영「플라스틱」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는 것을 알고 일대 5백만「엥」을 투자, 감사라는 직함을 얻어내고 72년12월22일 주일대사관으로부터 「국내공장설립」이라는 위장 구실 하에 여권을 발부 받아 입국했다.
강은 입국 후 동향인 고재원(60·대왕건설회사 회장)과 접선, 서울시내 「메트로·호텔」에서 함께 머무르며 그를 교양하여 포섭한 후 그의 안내로 74년3월 하순까지 제주도출신 국회의원·실업인 등을 순방, 그들의 성분과 포섭 가능성을 타진하고 국내정황을 탐지했다는 것이다.
강은 74년6월 하순 다시 일본에 건너가 재일공작지도원 이모로부터 당시 북에 가있던 김병직의 입북지령을 전달받고 7월4일 동경∼「파리」∼「모스크바」를 경유 평양에 도착, 초대소 및 안전가옥 등에서 A3지령 수신방법·암호해문 및 조립방법·지하당조직방법·신분위장 방법 등의 간첩교육을 받은 후 7월13일 김병식의 안내로 평양교의 별장에서 김일성을 만나 그로부터 직접 공작지령과 함께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강은 그후 75년3월부터 금년 1월까지 7차례나 국내에 드나들면서 신정문화사 전무 김기오를 비롯, 전 제주대학장 김문규(59) 등 10명에게 북괴의 우월성과 발전상,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 등에 대한 교양을 주어 각각 포섭, 「자유통일협의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드는 한편 강화·문산·강릉 등지를 돌아다니며 휴전선 및 해안일대의 군사배치 상황과 경비상태를 탐지하는 등 암약하다가 검거됐다.
수사당국은 이 사건 관련자 중 김기오는 간첩 강의 마수에 걸려드는 과정에서 그가 제공하는 금품을 자기 처에게 전해주면서 『재일동포가 도와준 것』이라고 어색하게 말하자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14세의 막내아들이 『아빠. 그 사람 간첩아니야?』라고 했을 때 크게 당황했으나 자수 또는 신고하는 용기를 갖지 못하고 계속 끌려 들어가 불행을 맞았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