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 이조회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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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못한 옛 회화작품 가운데 2백여점을 추려 비장 이조회화전을 연다.
4월19일부터 1개월간의 특별전을 위해 박물관은 창고 속에 간수해오던 3천여점의 대소 작품들을 일일이 점검했으며 그중 5백여점을 1차 선발, 다시 2백여점으로 압축, 선정하는 작업을 끝냈다.
박물관이 이같이 많은 옛 그림을 간수하고 있음에도 전혀 공개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지난 수년간 차근히 검토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 그 소장회화의 대부분이 덕수궁에 있던 이왕가 미술관 수집품으로 근년에야 박물관에 이관됐고 또 자체내의 것도 동난 중 경주박물관에 소개한 뒤 미처 옮겨오지 못했었다.
따라서 72년 가을의 한국회화 5백년전이나 그 밖의 한국미술전에는 판에 박은 듯 대표적 작가의 대표적 작품만이 으례 선보이곤 했다고 그것도 국립박물관 소장품 이외에 개인소장품이 적잖게 포함돼 언뜻 박물관소장회화 작품의 빈약함을 드러내는 듯 싶었다.
우리 나라의 현존 회화 유품은 고려 때 것이 극히 회귀하고 대부분이 조선후기작품. 조선시대 작가는 2백여명으로 추산되지만 언제나 출품되는 작가는 20명 미만.
그러나 이번 비장전의 의도는 미공개 작품의 전시만이 아니라 『아직까지 회화사에서 눈여겨 지지 않던 작가와 작품의 발굴에 더 큰 비중을 두고자 한다』는 것이 정양모 학예연구실장의 말이다.
그래서 종래의 고식적인 허가를 벗어나 새로운 구도와 기법을 파악, 우리 나라 회화사의 새 국면을 확대해 보려는 것이다.
이번 새로 부각되는 작가는 관호 엄치욱, 두산 이동명, 석계 최영원, 매서 강종경 등.
모두 산수화를 남기고 있다. 또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낙파 이경윤의 「산수인물도」 및 「산수도」, 단원 김홍도의 「기우도」, 허구숙의 「산수」 등도 미공개 걸작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출품은 조선시대에 국한되지만 인명이 분명한 것이 72명. 작가미상까지 합하면 1백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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