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K록 진수 알려 … "스타도 좋지만 음악 평생 즐기는 게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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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필리핀 최대 쇼핑문화타운인 SM몰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제이모닝.

‘제이모닝’이 천안 시민에게 처음 이름을 알린 건 2004년이다. 당시는 ‘7월의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고교생 밴드였다. 결성된 지 1년 만에 ‘독립 뮤직페스티벌’과 전국 청소년 록 콘테스트 ‘락생락사’ 같은 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가요계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더욱이 고교생들이 거리 자선공연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화려한 국내 무대를 떠난 지 10년이 지났다. 팬들 앞에 다시 등장한 천안의 스타 제이모닝을 소개한다.

제이모닝 1기 멤버 4명 중 쏠(권태윤·28·여·보컬)과 가현(박가현·22·여·보컬 및 바이올린), 입대한 남성 멤버를 대신해 이후 합류한 강민규(21·기타)·한지훈(17·기타)·정진범(38·드럼). 새로운 제이모닝의 다섯 멤버다.

 보컬 쏠과 가현은 10대 여고생 때부터 각종 록 페스티벌에서 입상하며 가창 실력을 인정받았다. 기타리스트 강민규는 2010년 SBS ‘스타킹’에 출현해 우리나라 1세대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배틀 연주를 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2009년 아시아밴드페스티벌 국내 예선에서 그랑프리를 받고 본 대회에 참가해 준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기타리스트 한지훈과 드러머 정진범 역시 여러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영입됐다.

‘닥터 닥터’ 뮤직비디오 장면(위 사진)과 필리핀 방송에 출연한 제이모닝.

독특한 음악·퍼포먼스 매력적 평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실력 하나 믿고 필리핀으로 날아갔죠.”

 제이모닝을 프로듀싱하고 있는 김헌영 KMB컴퍼니 대표의 말이다. 김씨는 2년 전 가을 제이모닝을 이끌고 필리핀으로 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감행한 도전이었다.

 필리핀은 ‘밴드의 나라’로 불릴 만큼 밴드음악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김씨는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앞서 필리핀에서 실력을 인정받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겁 없는 도전은 생각보다 쉽게 결론이 났다.

 어렵사리 얻은 필리핀 최대 규모 쇼핑문화타운 SM몰에서의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대박’이 터졌다. 현지 주요 방송국이 잇따라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 프로그램 ‘윙타임 빅타임쇼’에 출연할 기회도 얻었다. 유명 연예기획사로부터 계약 제의도 들어왔다. 현지 언론은 “독특한 음악과 퍼포먼스가 매력적”이라고 호평했다. 불과 3개월 활동했는데 그해 연말 특집방송에서 엔딩곡을 부르는 영광을 맛봤다.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제이모닝 신곡 ‘닥터 닥터’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9월께 정식 음반 낼 계획

‘사전 평가’가 목적이었던 제이모닝은 지난해 천안으로 돌아왔다. 김씨가 작곡한 ‘닥터 닥터’ ‘박수쳐요’로 디지털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출시했다. 대형 연예기획사처럼 막대한 자본을 들여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전국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노래가 알려지면서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많을 때는 한 주에 15회 공연을 할 만큼 섭외 ‘0순위’ 록 밴드가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최근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민영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토크콘서트 ‘화통’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기획사를 선택할 만도 한데 바닥부터 계단을 오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쏠은 “김헌영 프로듀서와 함께 고교시절부터 음악을 하는 게 즐겁고, 하고 싶은 밴드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스타가 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김헌영 프로듀서(KMB 대표)

앨범을 다섯 장 낸 가수다. ‘사랑하기까지’ ‘배려’ 같은 노래는 방송가요프로그램에서 상위 차트에 오를 만큼 인기가 있었다. 필드하키 국가대표를 지냈고, 최근까지 중학교 체육교사를 했다. 제이모닝의 전신인 ‘7월의 아침’ 1기 멤버 제자들과 함께 거리 자선공연을 펼쳐 심장병 어린이들을 도왔다. 교사 때 ‘파란별’ ‘시골학교’ 같은 청소년 밴드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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