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와 그 문화』김원용외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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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고학, 특히 선사 고고학에 관하여는 거의 아는바가 없는 평자이지만 대학에서 박물관 일을 맡고 있는 관계로 고고학에도 흥미를 가지고 혹은 관계 서적도 읽어보고 혹은 발굴에 참여도 하게 된다. 그 까닭에 누구보다도 청동기 문화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 왔었다.
이 책을 읽을 때도 청동기시대에 관해 좀더 알고자 하는 태도로 대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뚜렷이 머리에 남은 것은 청동기 시대에 대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방 후 한국 고고학이 장족의 발전을 이룩한 점은 전문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이 대담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우리 고고학의 일선에서 정진하는 분들로서 청동기 문화연구의 권위자들이니 만큼 이분들이 가진 지식은 다른데서 그 이상의 것을 바랄 수 없을만한 것이다.
내용도 1부『청동기시대와 그 문화』, 2부『청동기시대의 기구』, 3부『청동기시대의 모제』등 3부로 나누어 토의의 대상이 될 모든 점을 망라하고 있다. 이 3부속에는 여러 가지 문제. 예컨대 청동기시대의 시대 개념에서 시작하여 경제, 문화교류, 언어, 종교, 주거, 묘제, 토기, 석기. 청동기 등 광범하게 언급되었고 청동기시대의 편년에까지 미치고 있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실존하는 유적과 유물을 자료로 삼아서 진행되는 만큼 자료는 많을수록 판단에 정확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청동기시대의 문화에 대해 우리들에게 주어진 자료는 그다지 풍부하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이같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남기게되는 큰 원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일독하고 또 하나 느낀 점은 청동기시대가 어떠한 시대이고 그 시대의 문화상은 어떠한 것이었는지의 윤곽을 분명히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일제 때 일인 학자들이 무성의하게도 한반도에는 청동기시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오판은 이제는 과거의 일로서 우리 선사문화의 한 시대가 뚜렷이 부각된 감을 주고 있다. <태홍섭(미술사·이대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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