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한국 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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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21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주한 미지상군 감축 문제를 배경으로 한「신·신한국조항」이 채택될 것이라고 한다. 「카터」-「후꾸다」회담은 물론 한반도 문제만을 협의하기 위한 협의의 모임은 아니고, 「카터」행정부의 새로운 외교 구도에 따라 미일 두 나라간의 광범위한 현안 문제를 상의하기 위한 접촉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본 정부가 초안한「신·신한국조항」의 골자는『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안전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투와 자구는 결국 69년의「한국조항」이나 75년의「신한국조항」과 비교해 볼 때, 한반도 현상과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의「내용」은 같으면서 표현의「형식」만을 달리한 것으로 불수 있겠다.
75년「포드」·「미끼」공동「신문발표」때는『한국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에 긴요하다』하던 것을『한국의 안전-한반도의 평화-일본을 포함한 전 동북아의 안전』으로 간접화해 놓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다시『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일본을 포함한 전 동북아의 안전』으로 표현해, 「한국의 안전」을「한반도의 평화」속에 내포시키면서『긴요하다』는 말도『깊은 관계가 있다』는 말로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완곡어법은 결국 보혁백중 시대의 일본의 정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표현 형식이 그렇듯 완곡해졌다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바뀌어 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점은『기본적인 인식은 동일하나…』고한「후꾸다」수상 자신의 의회 답변으로도 잘 표현되어 있다.
「후꾸다」수상이 자인한『변함없는 한반도 정세판』이란 2월19일에 있었던 그의 중의원 답변에 단적으로 요약되어 있다.
그 답변에서「후꾸다」수상은『한반도 긴장 상태에 대한 한국의 견해를 존중한다』고 전제하고 한반도엔 대체로 평화가 실현되고는 있으나 그 배경엔 주한미군의 존재 등 협의「밸런스」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 이 정도나마 부전 상태가 지탱되고 있는 까닭은 북괴가 남침노선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한 미군같은 침략 억지력이 있기 때문이란 뜻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주력이라 할 지상군의 철수엔 찬성할 수 없으며, 설사 하더라도 그 균형만은 절대로 깨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신한국조항」의 자구가 어떻게 달라지든, 「후꾸다」수상의 그와 같은 한반도 인식엔 아무런 변함이 없을 것이며「카터」대통령에게도 그 점은 충분히 설명 될 것으로 믿어진다.
때마침 미국의 유력지와 국무성·국방성·의회 안에도 철수론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카터」대통령은 우방 일본 수상의 이상과 같은 신중론에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카터」의 철수론에 상응한 소·중공의 상호주의 적인 태도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북괴가 남북대화나 휴전 체제의 재저성을 위한 당사자 회담에 응할 것 같지도 않은 이 마당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방위청 당국자가 간과했듯이 공군력만으로는 미 지상군의 부재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힘이 되지 못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럴진댄, 소·중공·북괴가 태도를 바꾸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구조와 세력 균형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 조치가 미지수인 상태에서 취론되는 일방적 철수론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미일 정상회담에 임하는 두 나라 수뇌들의 진지한 사의를 기대하면서 한반도 세력 균형의 유지를 위해 최대한의 신중론이 전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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