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30돌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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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80%는 겨우12개의 언어를 쓰고 있다. 그중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는 것이 중국어로 25%나 된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는 11%밖에 되지 않는다. 「프랑스」어도 2.7%뿐이다. 한편 세계적인 출판 용어로 사용되는 것은 고작 8개의 언어로, 이것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는 영어가 으뜸으로 18%, 중국어는 16.9%가된다. 놀랍게도 일본어가5%나 된다.
이런 비율은 반드시 문화 수준의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이보다 더 정확한 척도는 얼마나 많은 책이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느냐는 데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영어책이 으뜸으로 37%나 된다. 그 다음이「러시아」어의 13.4%,「프랑스」어는 12.1%, 독일책은 9.5%가 다른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63년의「유네스코」통계에 의한 숫자다. 그후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책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는지.
지난 70년의「유엔」연감을 보면 세계에서 종목수로 제일 많은 출판을 한 나라는 소련으로 7만4천종이 넘는다. 그 다음이 미국으로 6만종.
1만종이 넘었던 나라는 일본·영국·서독·「스페인」·화란·인도·이태리의 순으로 되어 있었다. 그 때 한국은 29위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런지 불과 6년. 이제는 우리나라 출판물의 발행 종목도 1만3천종이 넘었다. 「프랑스」보다도 3천종이나 많은 숫자다.
「프랑스」인은 워낙 책을 읽지 않는 편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문화인이라는 공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까닭이야 어떻든 우리나라가「프랑스」를 누르고 세계에서 10위 안팎에 오르게 했다니 대견스러운 일이다.
발행 총 부수도 3천7백60여만권으로 늘어났다. 30년전에는 불과5백여만부 밖에 안됐었으니 7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오늘로 대한출판문화 협회는 창립30돌을 맞는다. 자축할 만도 하다. 회원사도 이제는 1천1백여사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숫자만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각 출판사가 연평균1권밖에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출판업계가 영세성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나 같다.
출판에서 번 돈을 다른 쟁업에 빼 돌리는 업자도 상당히 있는 모양이다. 출판업계를 위해 조금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더우기 1만종이 넘는 책 중에서 과연 양서는 얼마나 되는지를 자축「칵테일」잔을 들기 전에 자생해 볼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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