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땅에서도 민들레는 뿌리를 내립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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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북극권에서 만난 민들레

민들레는 흔하디 흔한 꽃입니다. 하도 흔해서 잡초 취급을 받기도 하지요. 하나 민들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입니다. 제가 민들레를 좋아하는 이유도 민들레가 흔한 꽃이기 때문입니다. 5월이면 어디에서나 노랗게 꽃을 피운 민들레를 볼 수 있지요.

민들레가 흔한 건,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땅이 아무리 메말라도, 흙보다 모래나 자갈이 더 많은 거친 땅이어도 민들레는 용케 뿌리를 내립니다. 담벼락 아래에도, 보도블록 틈새에도, 아스팔트 갈라진 틈에도 민들레는 비집고 들어가 꽃을 피웁니다. 민들레가 가장 어울리는 풍경은 어쩌면 자동차 휙휙 지나다니는 도로변일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속 민들레는, 알래스카 북극권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지구에서 북극권(Arctic Circle)은 북위 66.33도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을 말합니다.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이 일대를 툰드라 지역이라 하는데, 초원 아래가 빙하 지대입니다. 얼음 위에 살짝 흙이 얹혀져 있는 셈이지요. 빙하 위에 깔린 흙은 대체로 20㎝ 두께 밖에 안 됩니다. 그 얄팍한 땅에서도 민들레는 살고 있었습니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마침내 하얀 솜털 달린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민들레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식물의 방해 없이 햇빛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햇빛을 받아 꽃을 피우고 다른 식물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많이 씨를 날리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환경이 척박해도 민들레는 살아갑니다. 제가 민들레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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