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일방적」인 철군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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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상반기 중 있으리라는 한미 외상회담을 깃점으로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 계획과 관련된 양측간의「공식협의」가 본격화 할 것 같다. 미국의 입장이 어떤 것이든,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미지상군 철수 계획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 봤으면 한다.
「카터」대통령으로서는 지난가을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선거공약 때문에 어딘가 필요 이상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 계획에 관한「카터」대통령의 일방적인 거론을 두고서 지금 미국무성이나 국방성 의회 안에서도 강력한 반론과 신중론이 대두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의 국내 여론부터가 그렇듯 신중한 경계심을 강조하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로서는「철수의 방법론」이전에「철수의 부적성」부터 먼지 따져 두어야 하겠다.
이런 원칙적인 문제를 먼지 냉철하게 따져 본 연후에 비로소 만약에 있을 철수에 대비해 몇 가지 문제를 논의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미 지상군이 철수하더라도 그 철수한 만큼의「힘의 공백」을 한국군의 전력 증강으로 메우는 방정식이 1차 적으로 풀어지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점은 미군철수 후에라도 북괴의 오판을 방지하고 한반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주한 미 지상군 철수 후에도 계속「아시아」-태평양 국가로 존속하려는 한 미국의 행정부나 의회는 한국의 자주 방위력 증강 계획에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야유가 거기에 있다.
그 다음 논의해야 할 점은 작전 지휘권의 귀속 문제다. 한마디로 주한 미군의 주력인 지상군이 빠져나가는 일정 단계에 이르러 한국군에 대한 작전 지휘권은 마땅히 다시 한국측에 이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것은 자주국방의 완성도에 병행하여 의당 있어야 할 주권 행사일 뿐 아니라 북괴에 대한 관계에 비추어서 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 생각된다.
한국군 전력증강 계획의 진전과 한미 안보협력 관계의 형식적 변화에 조응하여 또 한가지 제기되는 문젯점은 한반도 평화 구조의 모색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다.
주한 미 지상군의 단계적. 철수에 따른 한국의 자주 국방력 증강과 한미 협력의 재조정 등은 모두가 그같은 항구 평화 구조의 모색을 위한 밑받침일 것이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해, 미국은 주한 미지상군 철수를 결코 일방적인 조치로 채택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 둬야 하겠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 계획이라는「카드」를 일방적인「게임」으로 소모할 것이 아니라 소·중공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외교 공세로 동력화 해야겠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미국의 행동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적어도 미국은 소·중공으로 하여금 북괴의 남침 노선을 포기케 하여 남북의 공존과 불가침을 전제로 한 당쟁자 회담에 응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엔 철수계획은 즉각 취소돼야 마땅할 것이다. 이 모든 평화의 방정식은 물론 용이하게 풀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왕에 철수계획을 들고 나온 이상 미국은 철저하게 책임있는 자세로 그 방정식을 풀어놓고 봐야 할 것이다. 한미 외상회담에 임하는 우리측의 자세 역시 바로 그와 같은 보장 요구에 최대한 집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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