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실험대학』중간 점검|새로운 방향 모색 학자들의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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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분적 수정 불가피>
현행 실험대학 제도의 부분적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실무자나 교육학자들의 견해다.
계열별 모집의 부작용인 학생들의 인기학과 편중에 대해 차경수 교수(교육학·서강대)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현대의 문명이나 학문이 전자·기계·경제·법학 등 인기학과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금년도 서울대 계열별 모집 1차 지망에서 1명밖에 지원 않은 동·직물학과·지학과 등은 기초과학이라는 면에서도 전체 자연과학 전공자 중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지망해야 될 분야다.
따라서 인문사회계의 비인기학과인 인류·농경제학·심리·지리·신문학 등과 함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차 교수는 그 방법으로 정부나 학교 당국이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없으나 정책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지방 학생에게 대학원 교육까지의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의대·경제·경영 등의 학과는 자비로 교육을 받으나 비인기학과는 정부나 학교 당국은 물론「슬로안」「포드」「록펠러」등의 사회단체가 장학금을 제공, 학위(박사) 까지 받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과제 검토할 조교부족>
이같은 장학금 제도와 함께 김정흠 교수(물리학·고대)는 계열별 모집을 비슷한 분야끼리 통합, 세분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는 건축과 화공·단자분야 등이 모두 자연계로 돼 있으나 이를 불리 하자는 것이다. 인문계에서도 어문계열과 철학·역사 등은 근본적으로 학문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하는 것이 옳다는 김 교수의 주장이다.
학점만 인하되고 교육의 실질적 내용이 크게 향상되지 못한 졸업학점 인하에 대해 성대 이명구 교수(교무처장)는 과제 도서와 실험 실습기구의 확보가 급선무의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현재 성대의 경우는 과제 도서실을 신설, 같은 책을 10여권씩 마련해 학생들의 필요에 충당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책은 정부 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험대학 실시로 학생들이 교제(리포트)를 많이 제출하고 교수들이 한 학기의 교수과목을 미리 작성, 배부함으로써 학생들이 예습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 것은 잘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과제나 실험결과에 대해 검토해 줄 조교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수나 조교의 숫자가 증가되면「세미나」식 소「그룹」강의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 개혁이 진행중인 영국의「뉴·유니버시티」, 「프랑스」의「모델·유니버시티」, 일본의 축파대학 등이 소집단 강의를 원칙으로 개인 교수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전공 인식 바꿔야>
한편 실시하는 대학이 증가되고 있는 부전공제도에 대해 서울대 김영식 교수(교육학)는 『모든 학문은 상호 관련시켜 연구해야 한다는 세계적 학문 조류에 맞춰 부전공은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10개나 설치돼 있는「뉴·유니버시티」는 학문의 폐쇄성을 막기 위해 학부·학과의 장벽을 완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부전공을 취직의 방편으로만 생각하는 편협성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각 학교 당국에서도 부전공 수강이 가능토록 시간표를 과학화하고 일반사회나 기업에서 부전공을 전공과 똑같이 인정하는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계절학기대학 공동으로>
강의 받지 않고 학점을 획득할 수 있는 특별 시험제도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이다.
연대 최정훈 교수(교무처장)는 응시자의 수준이 극히 우수하지 않는 한 합격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어 과목에서 이 제도를 실시한(75년) 숭전대(35명중 6명 합격), 전남대(30명중 11명)등도 합격자 수는 극히 적다. 차경수 교수는 전체학생 중 5∼6명을 위해 이 제도가 존속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인간성 교육이 안 된다는 점에서 폐지를 건의했다.
이밖에 계절학기제도에 대해 최정훈 교수는 교직과목 등 일정한 과목을 정해 학생 수준이 비슷한 대학이 함께 강의하는 방법은 학교 사정이나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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