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국민들과 2시간동안 전화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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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자인 CBS방송의「월터·크롱카이트」말마따나 국민들이 직접「카터」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하는『콜·카터』(「카터」에게 전화를 거세요』)라는 5일의「라디오·쇼」는『독특하고 역사적이고 그리고 시험적』이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앉아서 국민들한테서 걸려 오는 전화 질문에 직접 응답하는「라디오·쇼」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미국에는 모두 1억5천만대의 전화가 있는데 5일「카터」와 대화를 하려고 시도한 사람의 숫자는 9백50만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2백16명이 백악관 교환대까지 들어갔고 다시 그중에서「카터」에게 연결된 것은 모두 42명이었다.
질문은 압도적으로 세금·휘발유 가격·연금·소비자 보호·병역기피자 사면·환각제·실업자 문제 같은 생활 주변에 관한 것이 많았고 국제적인 문제로는「쿠바」와의 관계정상화·「우간다」문제·「파나마」운하 문제 등이 나왔다.
다섯 번째 통화자가 된「워싱턴」교외「랜햄」의「닉·크니스카」라는 젊은이는「카터」의 아들「치프」·며느리, 그리고 손자를 납세자들의 비용으로 백악관에 데리고 사는 까닭을 따졌다.
「카터」는 자기 가족들의 생활비는 납세자들의 부담이 아니라「카터」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치른다고 차근히 설명을 했다.
질문 중에는 반드시 고상한, 또는 진지한 질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매사추세츠」주의「필리스·두페레」양은「카터」에게 우주여행을 할 용의가 있는가 라고 불었다.
「카터」는 정색을 하고『나는 우주여행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대답.
「노드캐롤나이나」주의「오팔·디하트」부인은 한국식으로 하자면『어이 하오리까』의 하소연을 했다. 일생을 부지런히 일했지만 돈을 벌지 못한 자기 아버지가 한달 전에 암 진단을 받았는데「래트릴」이란「비타민」17을 쓰면 낫는다지만 미국의학협회의 사용 금지로 어쩔 수가 없으니 선처 바란다는 내용. 「카터」대통령은 보건교육 후생성에 지시하겠다고 약속.
「하와이」에서 전화를 거는데 성공한「데비드·캐쉬」상사는 자기가 복무하고 있는 제25 신병 훈련소가 3년 전부터 한국의 태권도를 훈련병에게 가르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하고『태권도를 전군에 실시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카터」대통령과「크롱카이트」는「태권도」라는 말을 잘못 알아듣고 재차 설명을 요청, 「캐쉬」상사가『태권도 한국의 무술』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알아듣고 찬성을 표명. 「카터」대통령은『나는 그것이 훌륭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군 훈련을 끝마쳤을 때 나는 태권도 비슷한 훈련을 받다가 오른쪽 쇄골을 다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엄격한 신체단련은 전투병한테는 유익하지만 그것을 남용하거나 해를 입혀서는 안될 것이다』라고 말해서「캐쉬」상사를 격려했다.
마지막 통화자가 된「미첼·스탠리」는「오하이오」주에 사는 11세의 소녀. 『하이·지미』(「지미」대통령,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는「에이미·카터」를 사립학교에 안 보내는 이유를 물었다. 「카터」는 공립학교에 대한 자신의 각별한 관심 때문이라고 대답하고는「미셸」에게 한번 백악관으로「에이미」를 방문하라고 초청했다.
「사우드캐롤라이나」주의「제임즈·베이커」목사는「카터」에게 소비자 보호에 관한 질문을 하고는 바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2시간 후에 사망하여 이날의「라디오·쇼」의 옥의 티가 됐다.
「카터」는 이 소식을 듣고 미망인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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