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제연탄」의 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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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값은 올랐으나 열량 부족으로 너무 빨리 타 자주 갈아넣어야만 하는 저질 「미니」연탄 때문에 겪는 주부들의 불편과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연탄 3부제」라 했는데 이제는 「연탄4부제」란 말까지 나돌게 되었다. 하루에 연탄불 갈기를 세번 또는 네번이나 해야 할 주부들의 처참한 심정을 표현한 유행어이지만, 그 말이 담고 있는 함축에는 서민가정의 원한이 사무쳐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탄불 한번 가는데 주부의 주름살이 하나씩 는다』 『요즘은 연탄시집살이 하느라 다른 가사를 돌볼 틈이 없다』 『무슨 수가 있어야지 정말 지옥 같아 못살겠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은 결코 엄살이 아니라 피맺힌 절규로 들어야만 하겠다.
왜 이렇게 됐으며, 그 원인은 어디 있는가. 말할 것도 없이 무리한 규격축소와 업자들의 저질원탄 사용 때문이다.
당국은 세계적인 유류파동을 겪은 뒤 「에너지」를 10% 절감한다고 74년4월1일 규격을 줄여 연탄 「미니」화를 단행했었다. 개당 4㎏에서 3·6㎏으로 무게가 줄고 구멍이 19개에서 22개로 늘어난 후부터 연소시간이 12∼13시간에서 6∼7시간으로 반정도 짧아져 버렸으니 「2부제」가 「4부제」로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당국자들은 연탄 한개의 실제 열효율은 36%이므로 연소기(화덕)와 굴뚝을 개조하면 무게를 0·4㎏줄여도 열량엔 별차가 없노라고 제법 이론적인 합리화를 주장했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당국과 업자 측은 현재의 시판연탄이 ㎏당 기준열량 4천6백「칼로리」를 지닌 합격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경험」을 통한 주부들의 「증언」이나 「현실」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단법인 한국부인회가 행한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연탄에 불이 잘 붙지 않고 또 하루 2장을 쓰는 집은 고작 2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4부제 연탄의 폐해는 비단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연탄재를 훨씬 많이 나오게 하여 그 처리에 골치를 앓게 하고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해악은 주부들의 건강을 좀먹고 이들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이다.
연탄 질이 떨어짐으로써 「가스」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섞도록 돼있는 석탄마저 제대로 섞지 앉고 있는 설정이고 보면 「가스」중독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래서 탄불을 갈때 마다 들이마시는 일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의 맹독성 앞에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주부들은 속수무책일 뿐이다.
이제 변명은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라도 당국은 즉각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주부들의 일상적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의 건강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된다.
순 경제적 견지에서도 현재의 3·6㎏짜리 22공탄은 「자원절약」이라는 원래의 의도에도 위배된 것이다.
가령 4㎏짜리 19공탄을 한 아궁이에 2개 때면 8㎏을 소비하게되고 설사 3개를 땐다 하더라도 12㎏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3·6㎏짜리 22공탄의 경우, 한 아궁이에 3개를 때면 10·8㎏이다. 이는 19공탄 2개에 비해 2·8㎏을 더 소비하는 것이 되고 4개의 경우는 19공탄에 비해 한 아궁이당 2·4㎏ 내지6·4㎏을 더 소비하는 결과로 되는데 이것은 분명 절약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따라서 대안은 하나밖에 없다. 4㎏짜리 19공탄도 생산하여 주부들이 선택·사용토록 해야한다. 화덕을 가는 비용이나 조령모개식 가정탄 대책이란 비난을 기피하려는 관료주의적 사고 때문에 주저하거나 차일피일해선 안된다. 주무당국은 주부들의 애절한 호소에 귀기울여「4부제」가 아니라 두번만 갈아넣어도 되는 양질의 새 연탄생산으로 「국민연료」인 가정용 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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