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장관의 동북아 안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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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터」 미국대통령과 「브라운」국방장관은 동북아 방위전략과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 원칙적인 중문 결론을 내렸다.
이야기의 내용 자체만 두고 본다면 새삼스러운 점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예산안이라고 하는 하나의 「행정부 복안」으로서 정식제출 되었다는 사실은 그것 자체로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행정부에 관한 한 이 문제의 원칙적인 대강은 일단 결론이 났다고 봐야겠기 때문이다.
이 복안이 앞으로 의회에서 어떻게 논란되고 어떻게 수정될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가장 유권적인 자료인 까닭에 우리의 현황 파악이나 대비태세 역시 그것을 기준 삼아 적절히 조절되어야 하겠다. 「카터」대통령의 수정예산안이나, 「브라운」국방장관의 의회증언이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동북아와 한반도에서의 현장유지정책이다.
이것은 「포드」「키신저」시대의 전략개념이나, 대한방위공약하고 조금도 다를바가 없는 것이며, 「카터」행정부 역시 그러한 공약실천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확인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문제는 주한미 지상군에 관한 대목이다. 「브라운」장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한미군의 존재에는 변화가 있게 될지 모르나 서태평양 주둔 미군병력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여 북괴의 공격에 즉각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주한 미지상군을 감축하더라도 북괴남침은 억제·격퇴할 수 있으며 동북아 세력균형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근거로 「브라운」장관은 『한국의 지상군이 북괴의 지상군에 필적할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 전제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돕기 위해 미국은 병참지원과 전술공군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25일 의회에 제출된 『78회계연도 미군사태세』란 보고서에서 「조지·브라운」합참의장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8·18사태 때의 미국의 『민척한 해·공군력 증파야 말로 미국이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태세가 돼있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고, 마음 든든해하는 일이다. 우리의 자주국방결의 역시 실질적인 힘으로 착착 쌓여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논리에는 한가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브라운」장관의 논리는 주한 미 지상군과 대한 방위공약의 「연계」를 어느 정도 떼어놓을 수도 있다는 식의 암시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그렇게 딱 떨어지듯 되는 일일까. 모든 것이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바로 그런 「석연찮음」이 동반할 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극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브라운」장관의 논리는 유사시 미 지상군의 즉각적인 증파와 재투입에 관해 확고한 언질을 담았어야만 했다.
주한 미 지상군은 공약실천의 가장 강력한 표징이다. 이 표징의 신축에 따라 북괴의 오판도와 일본의 불안도도 덩달아 신축할 것이며, 그러한 불안정은 미국의 이익에 분명히 배치된다.
「카터」행정부의 냉철한 판단을 거듭 촉구하면서 주한 미지상군 문제의 연구에 있어 최대한의 신중성을 기해주도록 당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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