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레앙」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72년5월의 어느날 중불 「오를레앙」시에서 묘한 소문이 퍼졌다. 양장점의 젊은 여재봉공들이 밤중에 몰래 납치되어 해외인육시장에 팔려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소문이었다. 누가 시작했는지도 물론 모른다. 그저 여학교기숙사안에서 시작됐던 것 같다.
그렇던 것이 여직공·여사무원 등 사이에 퍼져 나갔다. 이를 전해들은 하녀들은 또 주부들에게 알렸다. 이러는 사이에 희생자의수도 60명으로 늘어나고 소문은 하나의 기정사실화 되었다.
물론 경찰에 신고된 실종사건은 하나도 없었고 「매스컴」도 여기 관해 한번도 보도한바가 없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다음에는 이 소문은 뜬소문이라고 일소에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확실해 보였다. 범인이 한명도 체포되지 않은 것은 경찰자체가 이 사건에 관련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시민들은 믿었던 것이다.
실제로 누가 실종되었는지를 알수 없는 것도 그만큼 범죄는 치밀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더우기 이제는 『믿을만한 소식통』이 아니면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달째 접어들면서부터는 학부형이며 교사들도 소문을 믿게되었다. 뿐 아니라 이들은 소문을 더 그럴싸하게 윤색해 나갔다.
드디어 유대인 상점에서는 사지 말자는 운동까지 일어났다. 문제의 양장점들 앞에는 성난 군중들이 들끓었다.
뜬소문은 두달만에 겨우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그저 일종의 모호한 침묵이 아니면 자발적인 망각증에 시민들이 잠겨버린 것이다.
이리하여 「오를레앙」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엉뚱한 협의를 뒤집어썼던 양장점주인들은 좀처럼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뜬소문으로 한창 들끊고 있을 때 한 「매스컴」연구소의 조사반이 「파리」에서 급파되어 사건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아무도 소문을 의식적으로 조작하지는 않았다는게 드러났다. 그리고 인구가 밀집된 현대도시일수록 소문은 더 빨리 퍼지고 맹신하기도 쉽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것을 즐겨 듣는다. 또 믿고싶은 것에 대한 판단은 포기하기를 잘한다.
만약에 이런 허점을 이용하여 소문을 조작한다면? 「오를레앙」의 인구는 17만이다. 만약에 인구 7백만의 서울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입조심, 말조심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