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모든 사람이 일자리 나눠 갖자" 실업해결의 묘안?…노동분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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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경제를 관심 깊게 보는 사람들은 서독경제안정의 다른 많은 요인 중에서 맨 먼저 「서독노조의 이성」을 말한다.
고질적인 파업의 나라 영국·「이탈리아」에 비해 서독에서는 노조의 「스트라이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독국민들은 독일사에 처음 가져보는 지금의 경제적 안정과 복지의 터전을 계속 지켜가야 한다고 갈망하고 있지만 경기회복과 더불어 쉽게 해결될 줄 믿었던 실업문제의 해결이 벽에 부딪침으로써 모범적이라는 서독의 노사협조와 노조의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계속되면 기업의 투자가 생기고, 이에 따라서 고용증대가 필연적임으로 자연적으로 실업문제가 해결된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제성장파 고용의 상관관계가 현재 서독경제구조의 특수여건에서 발생한 실업문제 해결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경제전문가들과 권위있는 몇몇 경제문제 연구소의 조사결과로 판명되었다.
서독노동청 한 전문가의 조사에 의하면 경제 성장률이 4.5%로 계속 지속된다 해도 빨라야 1990년에 가서 서독실업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실업해결을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도 없지만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평균 4.5%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제성장이 실업해결의 열쇠라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으나, 웬만한 경제성장으로는 지금 자동화「시스템」으로 생산 시설을 바꾸어 가고 있는 서독 기업의 여건에서 실업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못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기술발전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지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지만 반대로 노동력을 절약하는 생산시설의 쇄신이 경제성장률 앞지르게 되면 노동량 자체가 감소된다.
그래서 모든 작업량을 전체취업자들에게 골고루 분배해야 한다는 「노동분배론」이 지금 서독실업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동장하고 있다.
「오스카·페터」 서독노조(DGB)위원장이 금년초 『일의 양을 적게 하여 골고루 나누고 소득의 감소를 감수해야한다』는 소위 「노동분배론」을 처음으로 제기하자 서독의 경제관계 전문가들과 노조의 지도자들도 이에 의견을 같이하여 주목을 끌고있다.
실업문제 해결방안으로 「노동분배」제를 실시한다고 하면 서독노동청 조사로 보아 전체취업자의 작업 시간을 l주 1시간 단축하면 대략 추산해서 6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일자리가 생기고, 또 전 취업자가 휴가 일을 하루 더 갖든가, 혹은 전 취업인구의 10%를 매년 14일간 교육과정을 밟게 하면 각각 1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며 퇴직 연한을 1년 단축하면 추가로 13만개의 일자리가 마련된다고 계산되고 있다.
또 지금 9년제 의무교육연한을 1년 더 연장하면 1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노동분배제 실행의 전제로서는 우선 노동시간과 소득조정이라는 다루기 힘든 조건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서독에서 전체노동자가 1주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하면 서독의 평균임금 「코스트」가 12.5%가 높아지며, 또 전체취업자의 1주간의 휴가 기간 연장은 곧 노임 「코스트」의 2%상승을 뜻한다. 지금껏 밀월상태나 다름없던 서독의 노사관계가 이 어려운 노동분배론을 종래처럼 협조와 이성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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