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엔 차갑고 「좌」엔 후한 이중기준 배제돼야"-후궁 전주한일대사, 일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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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인이 한국의 국내문제를 보는 시각에 대해 「우시로꾸」전 주한일본대사는 일「주간상께이」(2월21일자)에 특별 기고했다. 다음은 그 글의 요지 -편집자주-
미국의 「카터」신 대통령은 소위 「도덕외교」를 수행할 것을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의 도덕외교란 어떠한 것인가는 아직도 속은 분명치 않으나 외국의 인권·민주화 문제 등에 대한 주문·다국적기업의 행태의 「체크」에서 첩보·모략기관의 활동 재검토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도덕외교」는 물론 좋지만 다만 이것도 약효가 지나치면 「덜레스」장관시대의 미국외교의 경직성의 재판이 되거나 「닉슨」대통령 말기의 CIA나 FBI활동의 규탄이 한창이던 때 한 영국정치가가 「코멘트」했듯이 「미국엔 교회 있고 정부 없는」현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이 없지도 않지만 이것을 차치하고 일본의 「진보적」정치가나 학자들은 벌써 「때는 이르렀다」는 듯이 이 기회를 타고 그들 전문인 반한국언동에 한층 열을 올리려 하는 것 같다.
「밴스」신 국무장관이 작년말 「뉴스위크」지와의 단독회견에서 『만일 미국 내에 있어 오늘날 볼 수 있는 우와 좌의 독재자에 대한 이중기준의 태도가 배제된다면 외국의 국내도의의 문제에 관한 간섭도 상관없겠지만, 여하튼 이 문제에 대한 미국외교에 있어서는 보편적인「툴」은 없으며 나라에 따라 「케이스·바이·케이스」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에는 차갑고 좌에는 후한 이 이중기준의 배제와 국가별로 「케이스·바이·케이스」취급이란 2개조는 정녕 일본에 있어서도 역시 한국문제, 특히 그 민주화 내지는 인권문제 등을 생각하는 경우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할 「룰」이다.
금년 들어 일본 모 유력지의 외교문제 연두사설은 한국문제에 관해 북한의 반대론을 배격하고 남북의 대화교류촉진과 남북의 「유엔」동시가입을 창도하고 나아가서 사회당의 한국무시입장을 비현실적이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그 국내체제에 관해서는 전연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북한에서는 인권이나 자유가 미국·일본수준으로 충분히 존중되어 있고 혹은 적어도 한국이상으로 존중되어 있기 때문에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또 「하버드」대학의 예의 북한 「로비이스트」인 「코헨」교수가 작년에 미국의회의 공청회에서 『북한의 「인텔리」에는 김일성 비판의 움직임이 없다』고 말한 것은 온 국민이 그 정도에 이르기까지 숙청되었거나 세뇌되어 버렸기 때문에 『나뭇가지조차 소리안내는 세상』이 되어버린 북한의 실정에 의식적으로 눈을 감은 것이다. 「코헨」교수의 말은 미국판 이중기준의 적례이다.
이런 학자가 있기 때문에 「밴스」장관도 걱정이 가시지 않은 것은 무리가 아니다.
남북대화촉진을 위하여 국내체제를 완화하고 상대방의 국내체제와의 「갭」을 좁혀야 할 자는 정녕 북한쪽인 것이다.
다음에 둘째번 「룰」인 『국가별로 「케이스·바이·케이스」로, 그리고 실제적으로』라는 배려는 한국에 대해서는 특히 중요할 것이다.
국토가 분단되고 지근거리에 호전적인 북한의 군사적 침입과 정치적 침투의 위협이 존재하는, 말하자면 24시간 임전 지역화와 같은 압력을 느끼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인권·민주화 등에 있어서도 그만큼 특별한 수정률 내지는 불리한 조건하에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일에 관해서는 소련에서 추방된 반체제파 작가 「솔제니친」조차도 미국에서 행한 한 연설에서 『가장 전투적인 전체주의국가와 인접하고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 대하여 완전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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