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CIA 후세인 왕에 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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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 18일 UPI동양】미 중앙정보국(CIA)은 「요르단」에서의 자유로운 첩보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지난 20년에 걸쳐 「후세인」「요르단」왕에게 수백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18일 폭로했다.
「포스트」지는 「워터게이트」사건폭로로 유명해진 「보브·우드워드」기자의 특종기사에서 CIA가 지난해에 「후세인」왕에게 75만「달러」를 제공했고 「포드」전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있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포스트」지는 「지미·카터」현대통령이 이 증회 사실을 알아차리고 CIA에 「후세인」 왕에 대한 증회를 중지하도록 명령했다고 말했다.

<후세인, 강력부인>
한편 「후세인」「요르단」국왕은 「워싱턴·포스트」지의 거액 수뢰설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에 입각한 것이라고 주장, 강력하게 부인했다.

<해설>중동문제 해결에 암운|CIA 내우 속의 후세인도와|후세인 대가로 중동정보 제공
지난 20년 동안 미 중앙정보국(CIA)이 요르단이 후세인 왕에게 수백만 달러를 은밀히 지급해 왔다는 사실의 폭로는 수세인 앙·미국·CIA의 망신으로 그치지 않고 중동문제 해결자체의 전망을 암담하게 만들지 않을까하고 미국은 걱정하게 됐다. 일이 공교롭게 되느라고 마침 밴스 미 국무장관이 요르단에 도착한 날 워싱턴·포스트 지가 특종기사로 이 엄청난 사실을 터뜨렸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대통령이 된 후 그런 사실을 알았지만 모른체 했고 카터가 이번주에 그런 사실을 알고는 당장 중지를 지시했다. CIA가 후세인 왕에게 계속 달러를 지급한 목적은 흔들흔들하는 후세인 정부의 존속을 돕고, CIA의 현지활동을 보장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세인에게 치명적인 것은 후세인이 그 달러의 대가로 중동 사태에 관한 정보를 CIA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식어를 빼고 말하면 후세인 왕은 한 나라 국왕의 체신에 어울리지 않게도 미 CIA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얘기다.
요르단 인구는 2백10만명이다. 그중 70%가 요르단 강 서쪽에 사는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다.
그들은 항상 후세인 왕의 친미 정책, 팔레스타인·게릴라 단체의 탄압에 불만을 가지고 후세인 정부의 안정을 위협해 왔다. 그러니까 후세인 정부가 약세였던 것은 사실이고 친미 정책을 취하는 후세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CIA의 처사도 어떤 의미에서는 납득이 간다.
지난 20년 동안은 후세인의 협조를 선용한 미국이 지금 밴스 국무장관의 평가대로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건설적인 제안을 토대로, 중동문제가 진전을 보이려고 하는 마당에 CIA·후세인의 비밀관계가 폭로되어 협상의 앞날을 위협한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다. 【워싱턴=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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