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족 "내 새끼지만 대통령 자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조문한 뒤 방명록에 적은 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8시55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에 흰 장갑을 낀 박 대통령은 노란 리본이 달린 흰색 국화꽃을 들고 학생들의 영정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본 뒤 분향하고 묵념했다. 조의록(사진)에는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분향을 마치곤 유가족들을 만났다.

 유족 한 명은 박 대통령을 보자 무릎을 꿇고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달라”면서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이들 살려달라고 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박 대통령은 꿇어앉은 유족의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했다.

 한 여성은 “지금 (누구) 사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저희 자식이고 내 새끼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입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여성은 “대통령님, 끝까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 그거 아니에요?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 우리 딸하고 (사고 당일) 9시48분까지 통화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웃더라고요”라며 울부짖었다.

 박 대통령은 침통해하면서 난감해했다. 당국의 무대책에 대한 유가족들의 원망을 들은 후에는 “그런데 누가 이런 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의 얘기를 듣다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합동분향소 설치와 관련, “안치할 곳이 없어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재웠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는 유족도 있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뒤편에 있던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유족 앞으로 불러내 “여기 남으셔서 여러 문제를 전부 자세하게 듣고 그걸 여기 계속 남아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는 유족들이 “치우라”고 요구해 분향소 밖으로 옮겨졌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