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단말기 … 보조금 경쟁 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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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전략이 바뀌고 있다. 경쟁업체의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보조금을 뿌리던 정책이 막히자 단말기 가격을 내리고, 장기 고객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불법 보조금 제재 ‘칼날’을 피하고, 경영 내실도 다지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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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KT는 전용 모델인 삼성전자 ‘갤럭시S4 미니’를 57만원에서 25만9600원으로, 옵티머스GK를 55만원에서 25만9600원으로 각각 인하했다. 기존 출고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보조금 한도(27만원)를 적용하면 사실상 공짜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도 전용 모델인 ‘LG GX’ 출고가를 89만9800원에서 63만8000원으로 낮췄고, SK텔레콤도 다음 달 20일 영업정지가 풀리면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경쟁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순차적 영업정지로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바꾸는 것을 미루면서 이통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이와 함께 경쟁사로 번호이동하려는 가입자를 지키려는 ‘집토끼(기존 고객) 지키기’ 전략도 펼치고 있다. 27일부터 다시 영업정지가 시작된 LG유플러스는 2년 이상 된 장기 가입자에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상품가격을 1만5000원 추가 할인해주기로 했다. 장기 가입 고객은 월 8만원 하는 ‘LTE8’을 4만7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KT가 선보인 ‘스폰지 플랜’도 고객을 오랜 기간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이용기간이 1년을 넘고, 요금 납부액 70만원을 초과하는 우량 고객에게 남은 스마트폰 할부금 부담 없이 새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제도다. SK텔레콤은 5월 말까지 ‘T가족 혜택’ 가입자를 모집한다. 가족(최대 5명)이 단체로 SK텔레콤에 가입하면 월 최대 7만3000원어치의 모바일TV·음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투트랙 전략에는 올 초 보조금 전쟁이 수익 악화로 이어진 아픈 경험이 한몫했다. 타사 가입자를 유인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부었지만 남은 것은 변하지 않는 시장점유율과 악화된 실적뿐이었다는 반성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줄어든 1132억원, SK텔레콤은 37.6% 감소한 2524억원을 기록했다. 30일 실적을 발표하는 KT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도 소비자에게는 이런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단말기 가격 정보에 어두운 일반 소비자 보다 정보에 빠른 일부 젊은층만 이들을 보는 ‘스팟성 보조금’의 피해를 예방하고, 단말기 구매비용 등이 줄면서 가계 통신비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이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도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통사의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이런 단말기 가격 인하 움직임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다시 보조금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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