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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치는 동서 축과 남북축의 교차점에 인구는 최소로 전원과 도시를 조화시켜 저 층 구성 외곽은 수림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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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금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임시행정수도의 건설구상은 그 주요 동인이 안보와 수도권의 인구억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도시성격상으로는 입법 및 사법부를 배제한 순수 행정부만의 단일기능을 내포하는 임시수도를 계획한다는 점에서 특색을 갖는다.
이미 경험하고 있는바와 갈이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증가 문제는 이른바 충격요법에 의존하지 않고는 항구적인 해결책이 없었을 것으로 믿어지며 안보상으로도 수도의 이전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여러 가지 저항에 부닥칠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현 서울시가 당면하고있는 대 혼란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도 입지조건, 도시규모, 개발형식, 도시형태 등 계획상의 주요 고려요소에 대해서 광범위하고도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입지문제에 있어서는 서울로부터의 거리. 시간문제 이외에도 국토계획상의 광역교통망, 경제발전, 지형지세, 주변 도시와의 관계 등이 검토대상이 된다.
즉 수도는 나라의 통치기관으로서 되는 것으로 각 지방으로부터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남북 축과 동서축의 교차점을 모색해야할 것이며 국외와의 교통망으로서 국제규모의 공항이용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지형지세는 안보적 측면과 환경 경관적 측면에서 고루 검토돼야 한다. 전략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 경관상으로도 구릉과 평지, 그러고 하천이 적절히 배합 분포되어 육경과 수경에 의한 산자수명의 조화를 기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 내지 공비의 절감면에서도 자연조건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즉 용수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배수처리를 편리하게 하며 지반이 건조· 견고하여 지중 배수가 잘 돼야한다. 또 지하구축비와 성토 및 지반개량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도 저지대의 분포면적이 적어야 할 것이다. 문화 정신적 배수진으로서 민족의 슬기와 얼이 담긴 역사적 유구나 사적을 수도주변에 두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며 약간의 개조 정비만으로 배후도시로서 존립할 수 있는 기존의 소도시를 확보하는 것도 새 수도의 이전시기를 단축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특히 새 수도가 앞으로 연구 기획업무만을 수행한다고 가정한다면 연구집단과의 물리적인 유대관계가 긴밀해질 가능성도 상정해볼 필요가 있다.
도시규모의 선정에 있어서 수도의 이전에 따르는 서울인구의 억제책은 서울인구를 급격히 감소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의 핵심인구를 끌어내어 더 이장의 인구증가 요인을 제거하는데 있는 것이므로 새 수도의 인구는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인접도시와의 균형이나 재정적인 문제, 그리고 서울인구의 억제 및 안보면 에서도 이전시기가 빠를수록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므로 계획인구는 되도록 압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장시일에 걸쳐 중앙집권제를 실시해왔고 그 가운데서도 행정경제의 밀착은 쉽사리 해소되기가 힘들 것이 예상되므로 제도적 내지 통제된 기능 배치로써 수도에의 유입요인을 제지하는 것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새 수도 건설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발 발전형식의 채택이다. 개발 발전형식은 이전시기, 기능배치, 도시형태를 포함하여 기본계획의 방향선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발 발전형식은 분산폐쇄방식 「시스팀」과 집중 폐쇄식「시스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자연적 유기적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서 도시가 중추기능에서부터 외곽기능으로 팽창하면서 완성되는 것인데 반하여 후자는 통제적 무기적 개발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서 전 도시에 걸친 형식적 완성 후에 내용을 완비해 나가는 형식이다.
따라서 이전 시기의 단축, 인구억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보면 통제적성격의 집중 폐쇄식 「시스팀」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통제성 도시의 개발발전을 지향하는데는 중세의 성곽과 같은 강력한 도시벽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도시벽의 개념은 성격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필라델피아」계획과 「프랑크푸르트」의 성벽도시계획 등에 반영된바 있으며 「브라질리아」계획 역시 도시팽창의 억제 및 기념성을 살리기 의해서 기하학적인 도시형태를 통제 폐쇄적 방식으로 시도한 예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많은 성곽이 도시의 유구로서 잔존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도시벽의 개념은 한국의 전통을 반사시킨다는 의의도 동시에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벽의 개념은 현대 감각적으로 보아 수림대로 외곽을 형상화하고 도시 공간적 성격으로는 기념성과 상위성을 고조하며 기능적으로는 내적 질서와 외적질서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공간구성요소가 행정공관지구, 연구학원지구, 주거지구, 「서비스」지구로 대별된다고 볼 때 기능 배치상으로 보는 도시형태는 안보적 측면에서는 다핵 (Multi-Focal-Plan)의 「패턴」이 이상적이며 기념성· 상징성· 미관적 측면에서는 단핵의 방사환상형 「패턴」이나 와상(Spiral)「패턴」이 적용될 수 있다.
새 수도의 기능으로 보아 부분적인 지하도시계획의 필요성이 클 것이며 전원과 도시화를 조화시킨 저층 구성의 입면 형태가 될 것이 예상된다. 한편 생활기능 면에서 서울을 상대로 하는 생활의 이원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거시설. 통신시설· 교육시설 및 「서비스」 시설이 완비되어야 할 것이며 장차 통일 후 환도할 때는 역사적인 학원도시로서 지방발전의 거점적 성격을 갖도록 잠재력을 주입해야 할 것이다. 【이명호<중앙대교수 건설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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