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조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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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젠가 고서 점에서 미국의 어린이들이 읽는 자연학습 사「시리즈」를 본적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나무들』이 주제였다. 미국의 산에서 볼 수 있는 나무며 꽃들이 전부 천연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삼림대도도 들어 있다.
어느 지방에는 어떤 나무들이 흔하고, 그곳 토질은 어떻고 풍토는 또 어떻다는 것을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천연색 도록 이었다.
이런 지도가 있으면 자기나라를 아는데 매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삼림대도란 단순히 어디에는 어떤 나무가 있느냐는 것만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특정의 풍토 속에서는 특정의 나무가 자랄 수 있다는 산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학습서는 2차 대전 직후에 나온 책이었다. 서독에서는 1960년에 20만 분의1짜리 식물생태도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처음으로 2만5천 분의1짜리 산림조사도가 완성되었다. 한 눈에 전국의 산림과 토질, 그리고 경사도 등을 알아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산림 조사도 란 한마디로 산림에 살아 있는 식물의 생태를 알려주기 위한 지도다. 이래서 식물 생태 도라고도 한다.
식물 생태 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재 산야에서 살아 있는, 또는 살았던 식물들의 분포도다. 이를 현존 식 생도라고 한다. 또 하나는 현재는 없더라도 심으면 살 수 있는 나무들을 그린 잠재 자연식생도-.
가령 밤이 잘 자랄 수 있는 산에 밤나무가 심어 있는 경우, 현존 식 생도에는 물론 밤나무가 기록된다. 반면, 현재는 없더라도 잠재 식 생도에도 밤나무 표시가 그려질 수는 있다. 곧 그 입지에 자랄 수 있는 미래의 식물생태가 지도상에 그려지는 것이다.
산림청에서 최근에 완성한 산림 조사 도는 아직 산지에만 한정되어 있다. 다라서 앞으로는 이것에다 자연 전체의 생태를 함께 그려 넣은 입지도로 확대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산림 조 사도에는 또 하나의 제약이 있다. 곧 토질을 먼저 밝히고, 여기서부터 식물의 생태를 설명케 한 방법이 문제라 할 수 있다. 그 순서를 역으로 한 것보다 아무래도 오차가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독을 비롯한 서구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 역의 방법에 따라 작성한 식물 생태 도를 쓰고 있다.
우리의 산림 조사 도에도 그 동안 3년간의 노고와 6억 원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한다. 그러나 참다운 작업은 이제부터라고 해야 옳다.
이 조사 도도 아직은 식물의 생활환경으로서의 산지의 평가에만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도 완벽한 것이 되려면 앞으로 10여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연한 말이다. 지난 60년에야 산림의 기초조사를 끝낸 서독도 그때부터 시작한 문제의 잠재자연식생도의 작성을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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