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2개의 학사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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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7년도 서울대학교 신입생 상황분석』과『계열별 학생모집제도의 개선방안』-. 8일 서울대에서 밝혀진 이 두개의 학사분석은 전반적으로 이 나라 대학 및 고교교육제도의 장내에 대해서 많은 시사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을 만하다.
우선 서울대의 올해 신입생 3천2백98명 가운데 1천2백98명이 재수생(1년 내지 7년의)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근래에 와서 전반적으로 재수생 비율이 해마다 점증 경향에 있었다고는 하나 이제 그것이 38·9%에 이르렀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수년씩이나 재수·3수를 위해 쏟아야 했을 이 수많은 젊은이들의 막대한 시간·정력·돈, 그리고 정신적 고통의「매그니튜드」를 상기한다면, 그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이며 낭비이겠는가.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즉「재수생 비율 4할」이 뜻하는 바는 곧 이 나라 고교 교육의 존재양식 자체가 지금 근본적으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서울대에 합격자를 낸 설교가 전국적으로 지난해의 1백62개교에서 2백58개교로 분산된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일부에선 이를 가리켜 전국의 고교가 외형적인 평준화를 이룩한 것이라 하여 쾌재를 부르는 측도 있는 듯 하나 그것은 한마디로 「넌 센스」라 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대답은 간단하다. 즉 그건「컴퓨터」추첨배점이 낳은 기계적 필연이지, 결코 평준화라는 개념과 결부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이른바「명문고교」들의 전반적인 몰락현상을 주목하면 될 것이다. 하기야 경기·서울·경복·경북·광주일고 등 과거의 이른바 명문고교들이 올해 50명 이상의 합격자를 낸 17개 학교 속에 포함돼 있기는 하나, 그중 서울소재고교합격자의 대부분(87·9∼63·6%)이 재수생이라는 사실은 참으로「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요컨대 지금 우리나라 고교들은 과거의 전통이나 명성과는 관계없이 모두가 이질적인 학생을 수용하여 학교당국 자신이 스스로 그 교육에 대한 자신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보다 더한 교육의 위기가 또 어디 있겠는가. 다시 한번 고교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초미의 급무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서울대 당국이 계열별 학생모집의 결과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그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크게 주목을 끌 만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계열별 학생모집 제도란 선진 외국에선 이제 정착된 지 오래된 제도다. 신입생선발에 있어서는 되도록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이들이 기초교양과정을 마친 다음, 비로소 각자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토록 배정한다는 원리는 오랜 경험의 소산인 것이며 그 자체에 잘못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도입한 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일부 학생의 불안과 강박관념을 조장, 심지어「노이로제」증세까지 일으키게 하고 있다면 그 잘못은 어디 있는가를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견해를 밝힌다면 그것은 이 제도를 뒷받침할 인원이나 재정상 배려가, 미흡했었다는 것 이외에 주로 우리 사회 일각에 일부 특수학과에 대한 편집 적인 선호 경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또 하나의 요인을 꼽는다면 이 나라 대학들은 관으로부터 가해지고 있는 지나친 획일화에의 요구 때문에 대학교육제도 자체가 너무 경직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뜻에서 서울대 당국이 성안했다고 하는 몇 가지 개선방안은 그것이 대학교육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을 전제로 하는 것일 때 비로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입학정원이다, 학과별 정원이다 하는 테두리를 완전히 대학당국의 자율에 일임하는 것과 아울러 부전공제도를 대담하게 확대하되 졸업생의 학사칭호나 졸업증서기재양식에 있어서도 이 부전공제도의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제도상 개혁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 법학과 경영학과 또는 이학과 공학 계 등 계열별 모집의 세분화방안은 차라리 지엽만을 건드리는, 제도 본래의 목적으로부터의 후퇴만을 뜻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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