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재고의 누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6월부터 7비가 가동하게 됨으로써 과잉 비료문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 있다. 7비가 가동하면 연간 공급능력은 성분 t수로 1백30만t에 이르나, 정부가 인수할 계획으로 있는 비료, 즉 연간소비는 85만6천t에 불과, 연말재고만도 43만t에 이르리라 한다.
만일 각 비료「메이커」가 모두 1백% 가동한다면 연말에는 1년간 소비수준에 이르는 1백만t의 재고가 생기게 될 것이며 그 부담을 덜기 위해서 정부는 비료수출계획을 확대, 30만5천t을 수출할 방침인 것이다.
우리가 비료부족에서 일단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은 매우 좋은 일이나, 그렇다고 외화를 빌 어와 생산시설을 늘리는데 있어 이렇듯 신중하지 못함으로써 자원낭비를 일으킨 것은 다시 한번 깊은 반성을 해야 하겠으며 이를 계기로 비료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겠다.
당면한 난국을 우선 수출로 극복하려는 것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 하겠으나 그것도 수지 면에서 깊이 검토해야 한다. 즉 적자수출이 불가피하게 된 지금의 상황에서 수출적자의 한계 치를 먼저 산출할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적자폭이 간접비용을 침식 않는 선까지가 가동의 한계선이다. 그러므로 만일 적자폭이 간접비용을 보상하지 못할 수준이라면 가동을 중지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수출문제는 수지분석을 철저히 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합작계약상 이윤보장을 규정함으로써 가동중단이 불가능해 진다거나 비료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의무를 언제까지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가하는 문제도 차제에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측 사정이 너무 급박하여 그러한 약속이라도 해야 했던 시기는 지난 것이므로 이제 그러한 계약조항은 수정돼야 할 것이며, 그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우리가 매수함으로써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비료소비문제에도 새로운 자원의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답과 과수원예를 위해서만 비료를 투입했던 것이지, 산림용으로는 크게 투입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투자효과만 분명하다면 조림사업에도 비료를 적극적으로 투입함으로써 투자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겠다. 물론 이 경우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입과 산출을 비교해서 이득이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끝으로 우리의 경지면적을 넓히기 위해서 야산개발의 적극화, 간척사업의 확충, 그리고 하천정리사업 등 이 촉진되고 있는데 그러한 생 땅에는 더 많은 비료가 필요하게 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장기적으로 보아서 비료공급의 과잉상태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는 보기 힘드는 것인 만큼 당면한 과잉비료문제는 공장건설의「타이밍」을 잘 조절하지 않음으로써 파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산림투자·농지개간투자라는 개념에서 비료소비를 고려함으로써 일시적인 과잉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