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쇄신 실적은 보고의 필수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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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순시가 시작돼 28일 현재 10개 부처를 끝냈다.
어느 장관이 『연두순시는 각 부처의 1년 기한부 등급시험』이라고 불렀지만 대통령에게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일은 대부분 장관들에게 힘겨운 일이 되어있는 것 같다.
순시를 끝낸 부처는 기획원, 재무, 농수산, 건설, 상공, 교통, 체신, 외무, 총무처, 문공부 등-.

<규정시간은 50분 이내>
○…업무보고를 하는 장관들은 대개 틀이 잡혀 『존경하옵는 대통령 각하께 당부의 보고를 드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로 시작. 끝맺음은 대부분 총력안보·고도성장·국민총화를 열거한 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보고시간은 규정이 50분 이내.
올 최장기록은 1시간 30분을 진행한 건설부.

<경관은 수당 빼고 얼마냐>
○…박 대통령은 장관이 보고를 하는 동안 수시로 「메모」를 하고 보고가 다 끝난 다음 지시를 한다. 「브리핑」 도중 생소한 것이 나오면 캐어묻는 것도 상례.
총무처 순시에서 박대통령은 『1급인 차관보가 인상된 1월달 봉급을 얼마 받았느냐』, 『5급 10호봉은 얼마냐』, 『공무원 85%가 올해로 생계비조달이 되었다고 했는데 무슨 기준으로 통계를 낸 것이냐』, 『경찰공무원은 수당 빼고 얼마냐』는 등 공무원 봉급체계를 집중 질문, 관계공무원이 봉급지급일람표를 찾느라고 진땀.
다른 부처 순시에서 조용했다가 총무처 순시에서 나온 「서정쇄신연감」 발행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열번 감사를 하고 백번 엄포를 놓는 것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반겼으나 총무처 한 관계관은 『이제 자숙·자제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공무원들의 사기가 너무 떨어질까 염려된다』고 조심스런 반응.
서정쇄신은 보고 필수과목.
그러나 금년 들어 징계숫자를 밝히지 않는 부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
건설부의 경우는 서정쇄신항목을 『경제가 안정되고 국력이 커질수록 사화기강 확립에 가일층 노력해야 하며…』란 76년 12월 20일 정부·여당 연석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을 인용, 『잔존 부조리를 일소하겠다』는 한마디로 보고완료.
경제기획원은 △비위공무원 일벌백계 15명 △불우이웃 돕기 6회 91만원 △자매 새마을부락지원 7회 6백 50명 참가 등이 76년도 일부 서정쇄신 실적.
재무부는 77년도 추진계획으로 서정쇄신 확대회의 운영, 대출관련부조리 척결, 특히 간부직의 부조리 척결을 내세워 「송사리」아닌 「대어」를 대상으로 열거.
상공부는 비위자 2천 5백 2명을, 농수산부는 2천 7백여명을 징계. 상공부 장관은 특히 4회 3천 5백개 업체에 장관친서를 발송했다고 했다. 대체로 「아직도 부조리가 남아있다.」는 것이 장관들 보고였고 그래서 일부부처에선 서정쇄신 방관자, 고위직을 엄단하겠다고 보고.
최경록 교통장관은 『각하의 지엄하신 분부를 받들어…』란 서두로 시작해 서정쇄신 평가회, 기관장 서한 4백 33회, 비위자 5천 4백 43명 처벌(파면 77, 면직 36, 징계 5백 75, 경고 4천 7백 32, 자체숙정 23) 등을 보고한 뒤 △정화된 공무원의 재감염방지 △「돈 보다 소중한 인간」 가치관 정립 △「내 집부터 실현」운동 전개 등을 추진방향으로 제시. 관세청은 부당한 청탁 「안 하기」 「안 받기」운동 전개, 국세청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의 접촉 축소, 체신부는 가정의례준칙 지키기, 특히 총무처는 전직원의 서정쇄신 향도화를 열거했다.

<"안보적 감시" 이색 보고도>
○…순시에서는 이색보고도 있게 마련.
최대현 관세청장이 보고한 안보적 감시실적에 따르면 최근 첩보상황으로는 △북괴와 연루된 일본 적군파 및 「팔레스타인·게릴라」가 파괴물을 가지고 한국침투를 기도했고 △「이스라엘」 태국 일본 등 공항에서 발각된 총포·흉기·폭발물 등 은닉방법과 동일수법으로 이들은 한국침투를 노렸으며 △위조여권을 소지한 파괴분자, 또는 조총련 성묘단 가장 파괴공작원 침투기도 등 모두 46건의 첩보를 접수. 적발사항은 북괴찬양, 반정부 선동 유형으로 된 신문 3만 1천 8백 79건, 잡지 2만 6천 4백 28건, 전단 5건 등 불온문건이 5만 8천 3백 12건. 총기류는 권총 58정, 소총 3정, 각종 실탄 1만 1백 17발 등을 적발. 관세청이 태권도·유도·사격 등 무술훈련을 실시하고 태권도 38명, 유도 8명 등 유단자 무술인을 갖고 있다고 보고한 것은 이채.
문공부는 방송 교양「프로」중 충·효·예 등 국민도의 앙양 확충을 내놓았고 체신부는 우편소통 강화를 위한 「오토바이」 1백 30대 확보 등을 보고. 대통령 연두순시는 「확인행정」의 기틀이 되어있지만 장관들의 「보고를 위한 보고」 「점수 따기 경연」등의 비판도 있어 「보고의 내실」「보고 후의 1백% 실천」등이 여·야 정당에서 나오고 있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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