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립 의대의 엄청난 기부금|뒷문 입학에 1억「엥」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 사립 의과대학의 부패상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기부금」이라는 형식으로 기천만「엥」의 거액만 내면 실력이야 어떻든지 간에 뒷문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72년을 전후하여 사립의대 신설 「붐」을 맞아 7년 전에는 불과 13개교 에 불과 했으나 현재는 배가 넘는 28개교를 헤아리게 됐다.
이들 사립의대는 적자운영을 면하기 위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뒷문 입학을 공공연히 해온 것이다.
1970년 문부성이 발표한 숫자로는 전국 사립의대 입학자의 65%가 기부금으로 한 사람 평균 6백만「엥」 최고는 2천만「엥」을 냈다.
문부성이 작성한 『75년도 사립의대 입학시 기부금의 상황』에 의하면 신입생의 72%가 기부금을 냈고 금액은 1인 평균 1천 5백만「엥」 최고는 4천만「엥」이었다. 76년에는 1억「엥」을 내고 입학 한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액 기부금 말고도 정실에 의한 뒷문 입학도 사립의대 부패 원인중의 하나가 된다.
어느 개업의가 유력한 정치가의 소개로 모 신설 사립의대의 이사를 통해 장남의 뒷문 입학을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편에서 한 술 더 떠서 『고교 2학년인 둘째 아드님도 걱정하지 말라』고까지 나왔다한다.
사립의대가 「뒷문 입학」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작년 6월 일본 사립의대협회가 발표한 「사립의대 현상과 과제」에 따르면 지난 73년도 신설된 사립 의대의 자금사정은 1개교 평균 연 수입이 기부금포함 40억 2천 5백만「엥」(기설교 87억 6천만「엥」)인데 비해 지출은 70억 7천 2백만「엥」(기설교 96억 6백만「엥」)으로 적자가 30억 4천7백만「엥」(기설교 8억 4천 3백만「엥」)이었다.
신설교의 적자폭이 큰 것은 부속병원을 채 갖추지 못한 때문이었다.
적자-기부금-뒷문 입학의 악순환이 최근에 들어서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후생성이 대학별로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을 발표하자 돈도 좋지만 학교 명예를 위해 어느정도 학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게이오」(경응)의대 등 유명 사립의대들은 자기학교 출신을 교단에 남게 하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질 좋고 우수한 학생을 많이 입학 시켜야 된다고 자각하기 시작했다.
뒷문 입학자의 수를 줄이고 보니 뒷문입학의 경쟁이 더욱 치열, 기부금의 액수가 과히 천문학적 숫자로 치솟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립의대의 부조리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첫째로 머리가 좋고 적성이 맞아도 돈 없으면 의대에 못 간다는 견지에서 교육 기회의 균등에 관한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다. 둘째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자질저하가 논란되고 있으며, 세째로 배금사상이 더욱 팽배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동경 김경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