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미묘한 정치기류- 북은 우익화, 남은 좌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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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은 우, 남은 좌』 서구 속의 남북은 지금 정치적으로 좌우간 엇갈리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북쪽에서는 좌파세력이 눈에 띄게 내리막길을 걸어온 한편, 남쪽에서는 이와는 반대현장이 벌어져 왔다는 것이다. 올 한해에 이 같은 흐름은 한결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아도 어림없는 얘기는 아니다.
우선 북쪽. 작년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44년간의 장기집권의 자리에서 밀려 난 것에 뒤이어 비슷한 사태는 이웃한 딴 나라들에도 번져 갈 기세다. 오는 2월 총선을 치를 「덴마크」에서도 「안캐르·요르겐센」 수상의 사회민주당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은 십중팔구인 것으로 정통한 소식통들은 보고있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총선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네덜란드」에서도 역시 「유프·덴윌」수상이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그 동안 괄목할 진출상을 보여온 우파 야당들의 도전 앞에 위협을 받고 있고 비슷한 경향은 노동당 치하의 「에이레」공화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로부터의 보도들이다.
영국에서도 요즘의 경치기류는 그 동안 집권해온 노동당에 전혀 고무적인게 아니다.
여론조사를 하나의 지침으로 삼는 반면 가까운 장래에 있을 다음 선거에서 그들이 다시 다수의석을 차지 할 가능성은 수년래 어느 때 보다도 작다.
그리고 북구 사회민주주의 세력 속의 큰 덩어리를 이뤄 온 서독의 경우 또한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은 지난번 총선거에서 「슈미트」의 사민당 정권이 자민당과의 소수파 연립으로 간신히 연명할 수 있었다는 데서도 드러났었다.
그들의 앞으로의 전망 또한 잘 봐야 「대단히 불확실하다」는 게 고작이다. 북구 나머지 나라들에서도 형편은 비슷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등 남쪽 국가들에서의 움직임은 거의 한결같이 좌 쪽으로의 선회를 가리켜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 수세에 물려 있는 측은 「지스카르」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세력이다. 선거결과 그들이 정권을 사회당·공산당이 연합하는 좌파세력에 넘겨줘야 할 처지에 이른다는 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로 권위 있는 전문가들은 여긴다.
한편 벌써부터 공산당의 정권참여가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져 온 「이탈리아」에서의 다음 총선거가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가속화 해 온 좌경 동향을 다시 확인하고 심지어는 의회 민주주의 절차를 통한 공산당의 집권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빚을 위험성 또한 상당히 크다.
그리고 「프랑코」·「살라자르」의 오랜 독재기에 이어 민주화 작업에 나선 「스페인」 「포르투갈」두 나라의 공산당 등 좌파세력이 적어도 그들이 질식상태에 있었던 과거와의 상대적인 의미에서나마 대단히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온 사실이다. 게다가 공산당과 「안드레아스·파판드레우」의 사회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확대가 전개되어 온 「그리스」의 경우까지를 곁들인다면 남구제국의 좌경화라는 표현이 그리 과장 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 본다면 앞으로 2년 안에 서구 내의 정치기상이 우경화 하는 북구, 좌향으로 동요하는 남구로 갈라질 것으로 보아도 어림없는 전망일 것은 없다.
지리적으로 남북간 정치적 좌우가 엇갈려 승강하는 좀 기이한 현상에 대해 그저 단순하고 일반화한 설명을 꾀한다는 것은 물론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간에 공통한 몇 가지 사실들을 끄집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도, 아무무의미한 일인 것도 아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공통되고 두드러진 점은 이들 나라들에서의 「전통적인 지배세력의 사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런던 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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