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군 내 경쟁 지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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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 등 5대도시에서 실시중인 고교 추첨 배정 진학제를 개선 또는 종전대로 환원해야한다는 주장은 이 제도 실시 이후 계속되어온 것이지만, 근래에는 그 논의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교련은 26일 이 제도를 학군 내 경쟁지원 전형제로 바꿔 그것을 전국에 확대 실시할 것을 문교 당국에 건의했다.
이 방안의 내용을 보면 ①연합선발고사는 현행대로 실시하고 전기인 실업계 고교도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합격자를 뽑는다 ②후기인 인문계 고교는 학군을 시·도별 행정구역 단위로 세분, 전기고교 전형 후 선발고사 성적에 따라 학군별 정원의 1백%를 우선 선발한다 ③선발된 학생에 한해 소속 학군 내 모든 학교를 지망순위를 정해 복수 지원케 하여 학교별로 선발고사 성적·중 고교 내신성적·체력검사 성적 등을 기준, 합격자를 뽑게 한다는 것 등이다.
이는 5대도시의 현행 학군별 추첨 배정제와 종전의 학교별 경쟁 입시제를 절충한 방안으로 학생들의 학력저하와 입시과열 경쟁을 동시에 막아보자는 것이 교련 측의 의도인 것 같다.
교육제도 개선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있다. 고교 평준화 시책과 관련한 추첨 배정제 실시 이후 학생들의 학력저하현상이 숨길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난 이상 현행 제도의 개선 내지 개혁은 당연한 요청이다.
물론 평준화이후 추첨배정으로 입학한 서울·부산지역 학생들이 처음 응시한 금년도 대학 입시 결과, 이른바 종래의 명문고교는 사실상 소멸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교간의. 우열격차가 완전 해소 된 것은 아니다. 변두리 또는 일부 신설 고교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학교측의 남다른 노력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기는 하나 이는 동시에 「평준화의 비현실성」을 보증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추첨 배정제의 성패는 학교의 시설·교원·학생의 평준화가 그 관건이다. 그러나 학교 시설의 내용과 자질이 같을 수 없는 학생의 평준화란 본래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우열격차가 심한 학생들을 추첨으로 배정했기 때문에 「학력과 학교의 하향평준화」만 빚었다. 이는 서울·부산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금년도 대입예시 결과 문제가 예년보다 결코 어렵지 않았는데도 「커트·라인」이 지역 별로 작년 보다 2∼7점, 합격자의 평균점수가 3·4점이나 떨어진 것은 이를 입증한다. 모 대학 본고사 결과 일부대학의 합격자중 재수생 구성비가 예년의 30%선에서 40%선으로 높아진 것 도 고교 평준화이후 입학생들의 평균학력이 그전 학생들에 비해 그 만큼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고교 평준화 시책과 관련한 그 밖의 각종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학력저하가 이와 같을진대 교련이 제시한 방안은 추첨 배정제 보다는 확실히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평준화를 전제로 한 추첨제의 기본 틀 안에서 학교별 지원제를 원용하고 있어 학교선택의 자유 등은 제한 된 범위 안에서 보장될지 모르나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다시 말해 현행제도를 당장 개혁하기가 어려운 이상 과도적·잠정적인 조치로는 고려 해 볼만 하지만, 영구화 할 기본제도는 못되며, 전국 확대실시는 더욱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근원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학교별 경쟁 입시제의 환원에서 찾아야한다는 점을 거듭 밝혀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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