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공납금의 인상폭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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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벌써 몇10년째 우리사회는 대학의 입학「시즌」마다 나라안팎이 온통 떠들썩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합격자발표의 방이 붙기가 무섭게 으례 몇 사람인가의 졸도자와 자살소동이 보도되는가 하면 또 한편에선 대학공납금을 에워싼 비생산적 시비가 되풀이되곤 해왔던 것이다.
너도나도 무작정 대학에의 진학을 희망했다가 다행히 합격의 영광을 얻었으나 이제는 공납금이 너무 비싸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은 당사자들에게는 물론 절실한 호소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신이나 자녀가 진학하겠다는 대학이라면 우선 대학당국의 양식을 믿어야하고 그들이 공시한 공납금액수가 힘겨운 부담이라면 이를 해결할 현상적인 방법이 무엇인가를 모색해야만 비로소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에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 인식이라 하겠으며, 특히 우리의 대학교육은 지금 공공재원이건 사적기여이건 간에 현재보다도 월등히 많은 돈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다는 사실인식이다.
국가나 대학당국으로서는 선진국에 비해서 그 1백분의 1밖에 1인당 교육비를 안 쓰면서 어찌 한국의 대학들이 시대를 앞서가는 사명을 다하기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또 학부모들로서는 선진국의 부모들에게 비해서 몇 분의1이 못되는 공납금을 부담하면서 어찌 내 자여질에겐 장차 세계와 어깨를 겨눌 수 있는 대학교육을 바랄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여기 국·공·사립 할 것 없이 오늘날 우리의 모든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국민적 재인식과 보다 획기적인 국가지원대책수립을 촉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특히 우리 나라 사학들의 재정문제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절박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 나라 사립대학인구는 전체 고등교육기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데도 국가의 재정지원은 거의 영이라는 사실은 부끄럽고 심히 부당한 사태인 것이다.
학생1인당 연액 평균 3천50「달러」(약1백50만원)의 수업료를 받는 미국의 사립대학이 연방정부와 주 정부 등 공공재정으로부터 받은 경상비보조는 전체 경상비의 40%(70년 통계)에 이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1인당 평균 72만「엔」(약1백20만원)을 받는 사립대학들은 76년 중 1천3백14억「엥」(2천3백33억 원)의 경상비보조를 국고로부터 지원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국고는 오직 국립대학만을 집중 지원하면서 사립대학에는 정원을 묶고 그 공납금의 인상폭을 일방적으로 제한만 하라고 하고 있다. 이는 의식적으로 사립대학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립대학 교수들에 대해서도 국립대학에 준하는 처우개선은 해줘야 하며 앙등하는 물가에 따른 각종 수용비와 공과금의 인상폭이 20%, 30%씩 껑충 뛰는데도 공납금 인상은 17%로 하라는 말은 사립대학 당국자나 학생들에게도 납득 될 수 없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물론 공·사립을 가릴 것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자질이 있는 자가 순전히 돈이 없다거나, 또는 시설이 모자라 진학의 기회를 거부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점에서 우리 나라 대학생들도 외국에서처럼 전체학생의 적어도 몇 분의1정도는 각종 장학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장학기금의 확대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예산으로써라도 이를 뒷받침해야 할뿐만 아니라, 국내의 독지가 또는 유사기업들의 적극적인 출연을 촉구하기 위해 ,그 기부액을 손비 처리해주는 등 손쉬운 방법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공·사립 할 것 없이 부유층 자제로부터 일정한 원칙과 일정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헌금을 조건으로 한 특혜입학조치 등을 고려함으로써 이를 가난한 동료학생의 장학금과 학교시설자금으로 충당케 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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