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외교정책의 모체|「삼각위」를 벗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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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부의 시골 정치인이던「카터」가 국제 사회에「입문」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삼각 협력위원회의 덕택이다. 지난75년5월 일본「교오또」(경도)에서 열린 삼각 위 연례총회에 참석한 것이 「카터」가 태평양을 건넌 첫 나들이였고 「조지아」주 라는 우물 안을 떠난 기회였다. 삼각위는「록펠러」4형제의 막내인「데이비드·록펠러」(「체이스·맨해턴」은행총재)주도로 미국·일본 및「유럽」의 정치·경제·학계 지도자들이 이들 3개 지역의 협조를 선도하자는 취지로 조직한 것이다.
삼각위의 미국 측「멤버」는 불과 65명인데 그중 13명이 이번「카터」행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6명이 정책고문으로 임명됐다. 「카터」말고도「몬데일」부통령·「밴스」국무·「볼루틀」재무·「브라운」국방·「브레진스키」안보담당 보좌관 등이 우선 이 위원회의 위원이다. 그렇게되면 삼각위가「카터」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미칠 영향력은 과소평가 할 수가 없다.
거기다가 행정부에 들어가지 않은 위원들은 의회를 비롯하여 대개가「하버드」·MlT·「브루킹즈」·「캘리포니아」공대 간은 두뇌집단과 「엑슨」석유·「제이스·맨해턴」은행·「코카·콜라」·「텍사스」기기·「시어즈」같은 다국적 기업체 및 CBS방송·「타임」지·「뉴요크·타임스」·「로스앤젤레스·타임스」같은 언론기관 등의 중역들이 삼각위의 위원이다. 요컨대 미국 동부의 자유주의자들 중에서도 노른자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 위윈회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카터」역시「록펠러」에게 직접 발탁되어 이 부자들의 사교「클럽」과 인연을 맺고 그런 연유로「브레진스키」·「밴스」·「브라운」·「록펠러」의 머리를 빌어서「카터」외교정책의 기초를 설계하게 된 것이다. 「카터」가 선거 중 자기의 외교정책은 미소관계를 주축으로 하는「키신저」 방식을 뒤집어 미·일·「유럽」의 협력 체제를 토대로 전개하겠다고 말한 것이 바로 삼각위원회의 창립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삼각위는 대게 1년에 한번씩 「유럽」·일본 혹은 미국에서 회의를 열고는『민주주의의 위기』『국제협력의 위기』『국제 금융체제의 혁명』같은 거창한 제목의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한다.
이 위원회가 지난 3년 동안 이런 활동에 지출한 비용은 1백만「달러」에 약간 미달한다. 바깥으로 풍기는 인상과는 달리 활동 기금을 「록펠러」가 전담하는 것도 아니다.
「카터」는 대통령 선거를 하는 동안 수시로 이 위원회의「뉴요크」본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외교정책에 관한 자문을 받고 마지막에 가서는「브레진스키」가 전속이 되다시피 했다.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삼각위 사무국장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미국 좌파단체는 삼각위가「카터」를 내세워「록펠러」 가 지배하는 세계 「파시스트」정부를 세우려 한다고 비난하고「존·버치·소사이어티」같은 극우단체는 거꾸로 삼각위가「카터」를 앞세워 공산정부를 구상한다고 공격했다. 그 가운데 위치한 지식인들은 삼각위의 의도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미국 외교정책을 한손에 요리하리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삼각위의 주장의 하나는 다국적기업은 세계평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다국적기업을 위해서 세금·자본투자·독점금지법 위반에 관한 새로운 국제 협약을 체결하자고 주장한다.
특히 삼각위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교오또」대회에서 이 위원회가 발표한 「하버드」대 「새뮤열·헌팅턴」교수의『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논문이다.「헌팅턴」교수는 지난 l5년 동안 미국정책을 혼란에 빠지게 한 것은 월남전·「워터게이트」사건·법을 어기는 대통령이 아니라『과잉 민주주의』 라고 그 논문에서 주장하여 큰 논쟁을 촉발했다.
삼각위 안에서도 그런 견해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위원회는 그 논문을 위원회의 이름으로 발표했다.「헌팅턴」은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각방면의 지도자들을 망라한 「통치 연합전선」을 형성할 것과 특히「뉴스·미디어」의 통제를 주장했다.
물론「카터」가 「헌텅턴」의 그런 「과잉 민주주의 이론」에 동조하는 기색은 없다.
따라서 그런 극단론은 삼각 위원회 내부의 소수 의견으로 머무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카터」의 세계관이 삼각 위원회의 기본적인 철학을 반영할 것이라는 것은「카터」가 요직에 앉힌 사람들을 보고 알 수가 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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