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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헬리콥터|이윤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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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쿵, 쿵, 쿵…>
도끼소리는 끝이 뭉툭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가 울어 그 소리와 소리 사이에 숨표를 찍었다. 헬리콥터를 앉히기 위해 정찰대는 숲을 동그랗게 오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힘센 대원 몇이 나무를 찍어낼 동안 우리는 바위 그늘에 숨어 대장을 욕했다.
이젠 전쟁에 타임이라도 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대장 그 친구 말이야 내가 적이라면 헬리콥터를 쏘겠다. 미쳤어.
만일 대장이 들었다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보고 판단하는 건 내가 한다. 제군들은 아니야. 나는 제군들의 온순한 귀와 용감한 손이 필요해. 선장은 말이지… 바로 나야.
「비민주적」인「선장」과 말싸움을 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처럼 차례차례 번호가 시키는 대로 점을 이어 나가요. 아이들은 묻지 않고도 비행기를 그리고 좋아하는 토끼도 그린다.
그렇지만 우린 토끼를 그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전 재산을 걸었어요.
저 친구도 마찬가지지. 헬리콥터는… 빨리 부를수록 좋다.
대장이 부상병을 가리키면 우리는 기가 죽는다. 단지 위험하다고 했을 뿐이지 부상병을 후송하는데 이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헬리콥터는 좀처럼 날아오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헬리콥터의 착륙장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찍어내는 도끼는, 출발할 때부터 자루와 날이 분해 된 채 누군가의 배낭 위에 걸려있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그런식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끼를 말기 싫어하는 대원에게 대강은 이렇게 지독한 말로 빈정거렸다.
너를 위해 누가 헬리콥터 착륙장을 만들어 주는 게 좋으냐, 아니면 네가 남을 후송하기 위해 도끼를 휘두를 테냐?
대장의 논리대로라면, 도끼를 짊어진 대원은 부상을 당하거나 죽지 않아도 좋았다.
교활한 자는 상태가 나쁠수록 혀가 부드러워지고 착한 사람은 그런 때일수록 귀가 순해지는 법이다.
쿵, 쿵, 쿵, 쿵….
이슬이 숲을 떠나면서 풀잎들은 졸기 시작했다. 헬리콥터가 부상병을 실어 가기까지 착륙장 주변을 지켜야했던 우리들의 억지 휴식은 숲속의 긴장과 살기를 얼마간 풀어놓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진 것은 아니었다. 긴장이 풀어질 때마다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묻어드는 불안의 검은 그림자, 그것은 자기의 차례가 가까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리들 공통의 피할 길 없는 공포였다. 숲을 뚫는 도끼 소리는 그런 우리들에게 다가서는 죽음의 규칙 바른 호흡처럼 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 우리들은 소리와 소리 사이로 내비치는 숲의 적막을 견딜 수 없었다. 소리 없는 빛은 무게를 가지고있었다. 우리는 그런 낮을 무서워했다 공포를 유발하기 때문이었다. 상상을 중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을 아껴라>
이 근처엔 물이 없다.
경험이 풍부한 목소리들이 기어 다녔다.
살아있으면서, 이보다 더 갈증 나는 수도 있소?
멍청한 놈.
멍청해서 행복합니다.
죽을 때도 그래라.
부상병은 그날의 두번째 희생자였다. 헬리콥터가 온다는 무전은 아직 없었다.
쿵, 쿵, 쿵, 쿵….
부상병을 돌보고 있던 하사의 목소리가 무전기 속에서 대장을 찾고있었다. 무전기의 목쉰 침묵, 거기에서 바닷바람 소리가 났다.
자꾸 물을 찾고 있음. 의식은 아직 또렷….
「아직」하고 하사가 마른침을 삼킬 동안 부상병의 신음 한토막도 거기 끼여들었다. 지척이라 바람 소리에도 실려 왔다.
대위의 응급 처치에 관한 상식이 하사 이상의 상당한 것이긴 했지만 그의 현학적인 실명은 늘 그것을 돋보이게 했다.
몇 놈 치러봐야 아는가? 물을 멱이면 죽는다. 피의 농도가 희박해지면….
내가 그쪽으로 기어가자 하사는, 피의 농도 희박해지면, 썩을 놈, 저만아나 하고 투덜댔다.
부상병은 왼쪽 다리 하나가 날아갔다. 허벅지에서 흘러내린 피가 군복 위에다 이상한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부상병의 피와 하사의 땀은 군복 위에서 색깔이 같았다. 하사는 무릎 부근의 살점이 군복 자락과 함께 너덜거리고 있는 것을 자꾸만 우의로 덮어 주고 있었다. 부상병의 두팔은 땅위로 툭 튀어나온 나무 뿌리에 묶여 있었는데 고통으로 몸부림치자 몸이 자꾸만 밀려 올라갔다.

<캐새끼들>
나는 누가 부상병의 욕을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평소에 말을 조리 있게 잘했다. 다리만 잘라지지 않았어도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었으리라.
그는 위생병이었다. 위생병은 응급치료 계획에다 자기 자신을 제외해 두고 있었지만 전쟁에서 그런 제외는 무효였다. 그의 정신이 말짱했다면 그자신의 착각도 일깨워 주었으리라.
그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응급 처치를 하사에게 일러 줄 수 없었다.
마지막 소원이다.
그가 하사에게 부탁하는 말에는 늘 마지막 소원이란 단서가 붙었다.
하사가 할 수 있었던 건 국방색 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눌러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사실 하사도 부상병의 이빨 자국이 난「마지막 소원」을 거절하는 덴 진땀을 빼고 있긴 했다. 물 줘, 내 것 말이야. 내 것도 있어! 그는 내 손을 잡았다.
조금만 줘요. 당신은, 당신은 할 수 있어.
우리는 그가「내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그의 물통은 착륙장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대원들에게 배당되어 버리고 난 다음이었다. 착륙장 작업병들의 땀은 그 구멍을 통해 야전 병원이든 하늘로든 날아 간 희생자의 물통으로 보상해 주어야 했다.
망신은 할 수 있어요.
나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덜 무모했다.
나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물통을 내어줄 권리가 없었다.
나무 하나가 쓰러질 때마다 숲 속은 조금씩 밝아졌다. 부상병은 마침내 수류탄을 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사를 위협했다. 그 위협은 과연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그 숲속에서「죽음」은 관념일 수 없었다. 하사는 그 소리가 너무 크고 처절했기 때문에 수건을 뭉쳐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들에겐 조용한 숲속에 숨어있는 죽음의 잠을 깨우고, 우리들을 그 위험 앞에 노출시키는 부상명의 히스테리를 원망해 본 경험이 많았다.
선한 목자 같으면 늑대를 부를지도 모른다고 해서 부상당한 어린양의 우는 입을 틀어막진 않았으리라.
쿵, 쿵, 쿵, 쿵….
햇빛의 긴 창날이 숲의 성긴 부분을 꿰뚫으며 넝쿨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늘을 가린 빽빽한 나무 가지와 땅바닥의 떨기나무 사이엔 잘 자란 넝쿨 식물이 엇비슷하게 얽혀있어서 우리는 마치 굵고 가는 빗줄의 감옥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도끼 소리는 소리 이상의 신비와 망상의 영역에 이르고 생명의 시간을 재촉하는 북소리가 되어 우리의 가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죽여줘>
씨이팔. 죽여줘, 이건 되겠지.
그는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부상병이 다른 전우의 임종을 지켜보며 자기는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고 온 사람처럼 좀 더 위대한 말을 남길 수 없니하고 빈정대던 것을 생각했다. 그는 사람이 신중하지 못했다.
좀 좋은 말을 남겨서 멋지게 장식해 봐, 한개의 사분음표가 마지막 소절에서 협주곡을 타락시킵니다 그려.
나는 그렇게 떠들던 그를 증오했다. 하사가 갑자기 자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미 뒤진 주머니에 몇번인가 손을 넣었다.
그가 꺼낸 건 비닐로 여러겹 싼 군용 모르핀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입술을 다물었지만 너무 착해서 자기의 비굴을 완전하게 감춰내지 못했다.
하사는 칼을 빼어 부상병의 군복 어깨를 찢었다.
그런걸 가지고 있었구나, 너.
이 친구한테 샀다. 사람 일 알 수 없어서. 그러나 진작 놔줄 수 없었던 건 정말이야,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야.
하사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걸 팔아먹었구나. 바보 같이 제 몫이라도 남겨놓잖고.
진작 알았더라면….
알아, 이 친구 바쁘면 응용력이 무능해 지는 거야.
내가 그의 팔목을 낚아채자 하사의 비굴한 안색이 갑자기 험악하게 굳어졌다.
정말이라니까, 왜 이래?
누가 뭐래? 상비약은 때로 찰과상을 부르는 수가 있어.
전우가 죽어 가는데도 자기 몫의 모르핀을 숨겨둔 그를 나무라기 위해 팔목을 낚아챈 건 아니었다. 시계를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헬리포트에 우리가 얼마나 더 헬리콥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했다.
하사는 부상병의 팔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 모르핀을 맞은 부상병은 바람 뺀 자루처럼 무너졌다.
내가 무전기의 눈금을 헬리포트에 맞출 동안 하사는 부상병의 배낭과 총을 묶었다.
삼십분이나 지났어. 헬리콥터를 요청할게. 장거리 정찰대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는가, 개새끼들아.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사의 비굴한 눈과 부상병의 피 묻은 군복 자락 때문에 나는 떨고 있었다.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나도 헬리콥터 조종사는 아닌걸. 그렇다고 해도 내 맘대로 몰고 갈 수는 없잖아. 어떤가, 이번에도 시첸가?

<시체라고?>
경의를 표하는 말로 불러라, 이 개새끼야.
비위가 상하면 욕을 해도 죄가 안되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허용된 서글픈 특전이었다. 장거리 정찰대가 쓰러진 지점에 사령부의 지휘관들은 빨간 세모꼴을 그렸다. 그리고는 적이 있음으로 읽었다.
부상병은 까맣게 탄 입술을 핥으며 우의를 두장이나 덮고도 벌벌 떨고 있었다. 모르핀의 약효가 그의 눈동자를 인간의 것으로 되돌려 놓았다. 나는 그것과 마주칠 용기가 없었다. 거기 빠질 것 갈았다.
추운 걸, 이러다가… 피를 많이 흘렸어.
부상병은 눈을 감았다. 심한 갈증과 한기의 증세로 자기 부상을 가늠하는 것 같았다.
몇 분이나 됐죠, 얻어맞고 20분.
하사가 20분을 속여먹었다.
괜찮아요. 거짓말 안해줘도. 이별까지 해놓고 왔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파울 볼을 친 주제에 퍼스트베이스까지 뛰어갔다 오면 사람들이 웃어요.
전쟁놀이를 좋아하는구나, 너는 전쟁과 싸우는 걸 좋아하는 셈이죠. 정신이 맑아져?
어지러워, 무슨 소리죠?
도끼 소리, 헬리콥터가 곧 온다.
틀렸…어, ,물 달래도 안주겠죠. 주지 말라지, 계집은 새끼를 긁어냈어. 자알 했지. 보는 눈이 있어, 계집에겐 새끼와 연금보다 튼튼한 사내가 더 좋으니까. 물은 달래도 안주겠지, 주지 말라지.
무슨 소리야?
쿵, 쿵, 쿵. 쿵….
무릎에 시커멓게 마른 피를 묻힌 대장이 지도를 읽으면서 새까만 손으로 과자를 집고 있었는데 그 손이 자꾸만 빗나가 흙에 가 닿았다.
다아 들었어. 분통이 터지지만 싸우면 우리 손해야. 총열이 달면 총알이 발등에 떨어진다.(그래요?)
아침 일 때문에 그랬을 거다.(그게 뭐 잘못한 거요?)

<아침엔>
대원 하나가 전사했다. 작전 지연이 두려워진 대장이 전사자를 중상자로 보고하고 지금 헬리콥터를 불러댄게 말썽이 되었다. 전사자는 병원 헬리콥터가 아닌 보급 헬리콥터로 후송한다고 잔인하게 규정되어 있었던 것이었다.(죽어서 그걸 탄 게 너무 과분한 호사란 말이지?)
이런 불평이 다소 불합리하다는 걸 우리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헬리포트나 야전병원의 당사자들은 숨이 끊어진 시체보다도 부상병 쪽에다 헬리콥터를 배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고 작전 당사자들은 전사자 때문에 다른 희생자를 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맞섰다. 통계 숫자가 헬리포트의 규정을 만들었다. 합리적이었다.
습속에서 썩기 시작하는 전우의 시체는 다루기 어려웠다. 대원들은 전사자의 참혹한 부패의 모습에서 자기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집요하게 자리잡은 죽음의 공포는 그 시체로 인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어 갔다. 악취는 진하고 끈끈했던 전우애의 발 밑에 거치적거렸다.
대장의 초조한 손이 시계를 꺼냈다. 작업장에 나가봐, 도끼로 시간이 걸리면 다이너마이트를 쓰자.
다이너마이트를요?(미치지 않았어요?)
그렇다. 할 수 없어.
부상병은 하얀 얼굴을 실룩거리며 자기 피의 비린내를 맡고 있었다. 나는 그가 자기 의식의 줄을 집요하게 잡고 있어 줄 것을 빌었다. 눈으로 흘러 들어가는 땀을 어깨로 닦고 있던 하사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나를 향해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 여자 병나서 죽었어. 동생이 뱀이라고 말 안했다면 그 여잔 그냥 생선인줄 알았을 것 아니겠어. 죽고 사는 건 마음에 달린거야.
하사는 부상병을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자기의 무서움을 덜기 위해서인지 헬리콥터가 떴다고 몇번이나 거짓말을 덧붙이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새로운 나무를 만나면 도끼 소리가 무거워졌다. 나무 하나가 쓰러져 숲속이 그 만큼 밝아질수록 소리의 벽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우리들을 죄어왔다.
부상병은 잠들어 있었다. 가슴 위에 포개어진 손이 도끼소리에 맞춰 조금씩 까닥거릴 뿐이었다.
전령이 관목속을 기어 나와 부상병 앞에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부상명의 뺨을 가볍게 두어번 때렸다.
작업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쓰기로 했으니까, 대원들에게 그 시간 좀 알려주세요. 괜히들 놀랠라.
말소리가 커서 하사가 핀잔을 주었다. 그는 하사 앞에 놓인 담배를 뽑아 끝을 문질러 부드럽게 하고는 부상병의 입술에 꽂았다.
장난하는 거니?
내가 물었다. 그는「아뇨」하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도끼 소리만 해도 불안해 죽겠는대 다이너마이트라니, 놈들이 가까이 있다면 사격 목표되기 알맞지 뭡니까. 이해 안가는 일이라구요.
그으래?
전령이 부상병의 뺨을 토닥거릴 때부터 하사의 눈꼬리엔 주름이 잡혀있었다.
장한테 그렇게 말해보지 그래, 너야말로 대장 사격 목표되기 알맞을 테니까.
전령이 또 대꾸했다.
하기야 섰다 노름판 아닙니까? 한차례 끌어먹기도 하고 재수 옴 붙으면 깨어지기도 하고….
부상병은 담배를 놓치지 않고 연기를 조금 빨아 들였다.
자넨 전쟁 평론가 해라.
내가 나무랬다.
급조 귀족론을 하나 쓸까요?
그건 또 뭔데.
장교 이야기죠 뭐.
그런 수상한 제목으로 될까?
아, 보세요. 아래로 연기 안새는 걸 보면 살긴 하겠어요.
하사가 소총 끝을 전령의 코앞에 들이대고 으르렁거렸다.
꺼져 이 새끼, 네 섰다판 끗수를 지금 알고 싶지 않거든.
전령이 기가 죽어 숲 속으로 사라졌다. 저 새끼는 즈 아범이 이런 꼴이 되어도 불알을 만지러 들거야.
도끼 소리가 그치면서 무전기 끓는 소리가 새삼스러웠다. 숲의 정막이 귀를 울렸고 시간이 갑자기 거기서 정지한 것 같았다.

<허탈의>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부상병이 갑자기 어깨를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하사가 가슴을 흔들어 주었으나 그의 얼굴은 숨을 토해내지 못해 실룩거렸다. 하사가 그의 두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는 가슴에 붙여 주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부상병의 호흡이 불규clr했다.
부상병이 반듯이 누운채, 빠는 것을 잊고 있는 담배 끝에선 가늘고 긴 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연기의 끝은 끊어진 거미줄이 아침 햇빛을 받고 있는 것처럼 섬약하게 움직였다.
왜 이러지, 이 친구, 왜 이래.
두발의 폭음이 거의 동시에 뜨거운 바람을 몰고 와 그 연기 자락을 때렸다. 그 바람에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나뭇잎과 벌레들이 떨어졌다. 하사는「이것 보란」듯이 목 언저리에 떨어져 타고 있는 부상병의 담배를 집어다 껐다. 작업장에서 나뭇가지와 잡목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5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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