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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모습 드러내는「신안 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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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가을 늦도록 건져낸 신안 해저의 인양유물은 그 세척작업이 새해 들어 큰 과제. 굴 껍질과 풀뿌리가 덕지덕지 붙은 도자기며 까맣게 녹슨 금속류는 과연 깨끗이 원 모습을 되찾을 것인가? 이 궁금 풀이는 최근의 실험 결과로 매우 밝은 전망이다.
문화재관리국은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 보존 과학 실에 의뢰, 우선「테스트·케이스」로 도자기 몇 점을 세척했는데 아주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1개월 반이라는 장시간이 소요되는 세척이기 때문에 그 많은 양을 처리하는 데는 아직 문제가 많지만 세척의 몇 단계 작업에 대한「데이터」만은 얻어낸 셈이다.
이 작업의 지도는 원자력연구소의 김유선 박사와 한양대 박용완 교수. 그리고 시약에 KIST가 돕고 있으며 외국의 실험 예를 비교해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8천2백여 점의 인양유물은 물론 모두 염분부터 빼 내어야 하지만 세척의 중심과제는 도자기.
도자기 2천 점 가운데 70%는 새 것을 물에서 건져낸 듯한 상태이거나 부착물이 경미한 편이므로 나머지 30%가 시약세척을 해야 할 형편.
특히 1백여 점의 도기는 갑각류가 많이 붙어 있어 어려운 작업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은 기·청동기·철물 류는 부착된 게 없어 녹슨 것만 고정시키는 작업에 불과하다.
신안해저유물이 잠겨 있는 수심 20m이내의 연 해안은 영양염류 즉 가장 염분의 농도가 짙은 물이고 각종 어패류나 해조류가 서식하는 바다 속이다.
그래서 금속의 경우 부식이 심할 뿐더러 도자기에 미친 영향도 커서 유물이 아주 약화돼 있는 상태다. 거기에다 굴·따개비·조개사촌 등의 갑각류 연체동물과 지렁이 등의 강장동물들이 부착해 살고 있으며 깃털 말·해면·풀가사리 등의 해조류도 붙어 번식한다. 이것들이 유물에 주는 피해도 적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현재 밝혀진 부착물은 대개 9종. 이들은 석회질 즉「알칼리」성에 속하므로 산성 약품으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척작업은 먼저 맹물로 염분을 충분히 녹여 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냉수에 이어35∼40도의 더운 물에 5주간 담가 놓는다.
이것으로 닦아지지 않는 것은 다음 단계의 유기용매로 떼어 내는데 그 첫 시약은「에틸 알콜」이다. 그래도 안 될 경우 과산화수소수(시중 판매하는 30%농도의 것)를 12%쯤 탄 물에 담가 놓는다.
이상의 처리로 제거가 안 되는 부착물은 염산을 쓰게 마련인데 그 농도가 강할수록 도자기에 주는 영향도 커진다. 도기에 침식이 심할 뿐 아니라 자기 표면의 유리 질조차 실투 성을 일으키거나 박 락이 생기기도 한다. 실투 성이란 유리질의 변색이나 곰보 현상. 도굴된 해저유물의 압수 품 가운데는 그런 염산의 피해로 못쓰게 된 도자기도 허다한 것이다.
과학처리 반은 가능한 한 염산을 쓰지 않을 방침. 어떤 시약을 하든 도자기를 원상으로 복원하려면「아세틱·엑시드」같은「알칼리」성 약제로 중화시키는 마무리 작업이 소중하다. 말하자면 산성약제로 닦아진 것을 중성상태로 환원 조처해 도자기의 윤기를 살려 놓는 방법이다.
문화재관리국은 오는 여름 이들 유물을 공개 전시할 예정으로 이들 세척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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