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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사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빙점 10도 이하의 추위가 11일째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5일은 더 있어야 한파가 누그러지리라는 말이다.
옛 지리책을 보면 우리나라의 겨울에는 삼한사온이 있다고 적혀 있다. 대충 추위가 3일 계속된 다음에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4일 계속되어 강추위도 견디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런 삼한사온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삼한사온의 현상은 주로 중국과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
그것은「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륙성 고기압의 한랭한 계절풍이 저기압에 의해 주기적으로 소장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또「폴라·보텍스」(Polar vortex)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북극을 중심으로 그 5㎞ 상공에서 맴돌고 있는 한랭한 공기입자의 소용돌이를 말한다. 이 소용돌이의 세력은 대충 3, 4일 간격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이런 주기에 맞춰서 날씨도 추워졌다 더워졌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한사온의 현상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이런「폴라·보텍스」의 주기가 난조를 이룬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오랫동안 잘 지켜지던 주기에 탈이 났는지? 그것은 아무도 아직은 정확히는 모른다.
지구자체가 병들어서「맨틀」대류나 이른바「제트」기류가 난조를 이룬 탓이 아닌가 하고 애써 추론하는 이도 있다.
「제트」기류는 2차 대전 때 처음으로 확인된 현상이다. 특히 겨울과 봄에 한국과 일본의 성층권에서 서 내지 북서에서 불어오는 강풍이다.
이 기류가「폴라·보텍스」에 무슨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는 반증이 없는 만큼 완전히 물리칠 수도 없는 추론이다.
이 밖에도 그럴싸한 추론은 많다. 태양의 흑점이 미친 영향이라는 설이다. 대체로 흑점이 활동의 최소기에 들어설 때에는 지구는 한 냉기를 맞는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지구자체가 냉각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미첼」박사의 측정에 의하면 지구의 기온은 1940년 이후 계속 내려가고 있다.
특히 극 지의 저온 화는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령 북극해의 수온은 지난 10년 동안에 5·7도나 떨어졌다.
이런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가령 영국에서는 서풍이 불어야 기온이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에는 동풍의 세력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따라서 기온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을 에워싼 바다의 수온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삼한사온 정도가 문제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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