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여자탁구 새「챔피언」이기원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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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년 동안「이에리사 아성」으로 특징지어 오던 여자 탁구계에 올해 들어 최대의 격랑이 일었다.
지난 11월 종합 선수권 대회 단식결승에서 실업2년생 이기원(19·산은)이 7연패의 이에리사를 타도,「챔피언 쉽」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기원의 정상 탈취는 개인적인 영예를 넘어 73년「사라예보」세계 선수권 대회 제패이후 불안한 항해를 거듭해 온 지지부진의 한국 여자탁구에 활력의 침을 찌르듯 자극이 되었기에 중요한 뜻을 지닌다.
『실력으로 이에리사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과 같이 아직은 한국여자 탁구가 세대교체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년 3월로 다가온「버밍검」세계 선수권 대회를 눈앞에 두고 이미 짜여진 대표「팀」은 이기원의 부상으로 스스로 신진 대사를 치르고 있다 할 수 있다.
「챔피언 쉽」의「롱·런」에 으례 따르는 자족과 안역에 종지부를 찍고 이에리사가 심기일전 분발하고있는 것은 이기원이 당장에 세운 공로인 셈이다.
관심의 초점은 이기원이 국내에서 일으킨 돌풍을「버밍검」에서의 회오리로 이끌고 나갈것이냐 하는 대로 모아지고 있다.
여전히 한국「팀」의 견인차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존의 이에리사·정현숙「더블·포스트」에 이기원이 가세,「트로이카」를 형성한다면 한국「팀」의 전력이 급증할 것은 틀림없다. 이에리사는「드라이브」위주의 공격형, 정현숙은 소극적 수비형. 이에 비하면 이기원은 상대의「스타일」을 개의치 않는 괴속구를 구사하므로 제2의 갈신애(중공) 박영순(북한)이 될수도 있다는 기대를 쉽사리 버릴 수가 없다.
지난달부터 대전에서 실시하고 있는 1백일 강훈에서 그녀는 세계 제패를 위한 땀을 쏟고 있다. 어떠한 변화구도 둔화시켜 버린다는 천영석 감독 고안의 새 무기「페인트·라버」에 그 집념이 스며있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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