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년의 경제… 계획과 실적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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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개월간 2천억 계약>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집에 살면서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다』-. 근로자들의 소박한 소망이다.
그러나 올해에도 대부분의 봉급 생활자들이 이 정도의 소박한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이다.
재산 소득, 즉 이자나 임차료 등의 수입이 없이 자기의 근로소득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재산을 모아 자기 집을 사고 자녀들을 제대로 공부시킨다는 것은 수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근로 대중이 자기 재산을 마련하여 안정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전체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
이 때문에 정부도 최근에는 근로자의 재산 형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됐으며 특히 올해는 근로자 재산 형성의 구호가 높은 해였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대표한 것이 지난4월부터 실시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제도.
즉 재산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는 근로자에게는 장려금과 세제상의 혜택을 주어 이를 장려하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 제도가 갖는 상징적 의의를 중시, 그 보급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재형저축 실적은 실시 8개월이 지난 11월말 현재 이미 가입자수가 전체 대상 근로자 2백50만명의 30%에 달하는 76만6천명, 계약고 2천2백18억원, 수입 부금 2백28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 재형저축제를 실시한 일본이 아직 가입 대상자의 12%정도를 흡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물론 재산을 모으려면 이처럼 저축을 늘려야 한다.

<급료 인상 앞지른 물가>
그러나 저축만 계속한다고 근로자가 저절로 재산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74년과 75년에 저금했던 사람들은 이자를 또박또박 받았지만 74년에는 27%, 75년에는 11%의 손해를 봤다.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 실질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저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저축할 여력이 없다. 명목상 급료가 올라가지만 지출은 한발 앞질러 늘어나기 때문이다.
74년에 서울에 사는 근로자의 가구당 월 평균 수입은 5만7천5백20원이었다. 이것이 76년3·4분기에는 10만2천8백80원으로 78%가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 조세 공과금은 4백31%, 의료비 부담은 2백85%가 늘었다. 모두 쓰지 않을 수 없는 돈이다.
자녀 1명을 대학까지 보내려는데 7백66만원이 든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있다.
그중 먹고 입는 것 외에 교육비로만 드는 돈이 50%가 넘는 3백98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기보다는 자식 공부를 먼저 시키려고 한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저축 조사에 따르면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한다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0%로 가장 많았다. 자녀 교육을 시키려다 보면 재산을 마련한다는 것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정부는 중산층 재산 형성에 힘을 기울인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고작 근로자 재형저축으로 생색을 낼뿐이고 이처럼 재산 형성에 장애 요인이 되는 세금·의료비·교육비 등의 부담 경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늘어나는 주택 부족율>
세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소득 공제를 크게 올린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부가가치세제를 도입, 이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의 부담이 가벼워질 전망은 거의 없다.
세제를 고치는 김에 의료비·교육비 등에 대한 공제 제도가 실시되기를 바랐으나 이것도 실현되지 못했다.
근로 소득자들의 가장 큰 소망인 내집 갖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61년에 19.5%에 불과했던 주택 부족율이 75년에는 25.5%로 늘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체 가구의 43.6%, 부산의 경우는 46.1%가 집이 없다.
그런데도 주택건설을 위한 주택은행의 대출 금액은 67년 주은 발족 당시 전체 대출액의 2.9%수준이던 것이 10년이 지난 76년에도 4.8%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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