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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인상과 4차 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원유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이제 불가피하게 되었으나 그 인상폭이나 인상의 성질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토후국은 5%인상을 하는 한편, 기타 산유국은 10%인상을 한 연후에 내년7월부터 다시 5%를 인상하여 15%인상키로 한다는 이원 체제가 될 것이라 한다.
석유상 회의가 공식으로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지금, 유가 문제에 대해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게 되었으며, 때문에 OPEC의 동향을 보다 면밀히 「체크」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외신이 전하는 대로, 이원적인 가격 인상이 실현된다면 OPEC의 「카르텔」행위는 사실상 붕괴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나 석유 무기화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OPEC가 「카르텔」행위를 스스로 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희망적인 관측일 것이다.
그러므로 원유 가격은 5%에서 15% 사이에서 아직도 절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이며, 때문에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그러나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 정도야 어떠하든,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문젯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원유 가격 10%인상은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율을 0.5%정도 낮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일반적인 예측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대하다.
오늘날 미국·일본·서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국제수지 애로에 부닥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정체와 「인플레」압력에 눌려 수입 억제 강화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므로 원유 가격의 추가 인상은 74년을 전후한 4배 인상보다도 더 큰 타격을 국제 무역에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출 대책에도 신중한 재점검이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둘째, 이제부터 우리는 「에너지」소비형의 중화학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패턴」을 쫓는 4차 계획에 착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지난 10년간의 실적보다도 훨씬 높아질 것이며 그 때문에 유류 의존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흔히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1억「달러」내지 1억5천만「달러」정도로 머무를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격 인상과 이에 따른 추가 부담 말고도 「에너지」소비형인 중화학공업 건설에 따른 원유 수요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을 계산해서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시급히 재검토해야 할 것은 중화학공업 중에서도 「에너지」 소비율이 높은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갈라서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없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세째, 원유가격 인상은 필연적으로 국내 물가에 반사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77년도 재정 수지 계획에 내포된 1천7백여억원 규모의 한은 장기 차입 등 통화 증발 요인을 어떻게 다룰 것이며, 이미 인상했거나 연초부터 인상키로 한 제 가격 및 공공요금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좀더 성실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원유 가격 인상과 제 가격 인상 허용이 곁들이는 위에 통화관리까지 방만해진다면 안정 기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세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총 자원 예산안을 다시 손질해서 안정을 성장보다 우선시키는 방법도 고려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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