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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해리 전관수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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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토의 지배권은 무력이 끝나는 지점에서 끝난다』는 주장이 있었다. 18세기초 「네덜란드」의 국제법 학자인 「코르넬리우스·빙케르쇠크」의 학설이다. 18세기말까지도 해상의 군함에서 대포를 쏘아 그 탄환이 날아가 떨어지는 거리는 불과 3해리(5,556m)였다. 영해의 폭을 3해리로 해야 한다는 해양법 학자들의 주장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이 무렵만 해도 영해는 별로 심각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정작 19세기에 접어들어서는 모든 나라들이 바다보다는 육지를 더 탐했다. 땅 뺏기의 전쟁으로 모든 나라의 병사들은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그러나 20세기의 문명 시대에선 3해리 설은 하나의 고전이 되고 말았다.
육상의 「프런티어」들은 땅 뺏기에서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영토를 넘보는 전쟁은 더 이상 벌일 형편이 되지 못했다. 결국 모든 나라들은 지표의 70%를 점하는 바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다는 무엇보다도 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수산물은 물론이지만, 요즘은 세계의 해저에서 끌어올리는 석유나 「개스」도 적지 않다. 어획고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멀지않아 세계 석유의 3분의1이 해저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태평양의 밑에 쌓여 있는 「니켈」만해도 지금의 세계 수요량으로 보아 7만2천년 분에 달하며, 「망간」도 14만년 분이나 된다고 한다.
「코발트」역시 42만년 분이나 바다 밑에 쌓여 있다. 바다는 식량과 보물의 창고로 버려져 있는 형편이다.
최근 미국·소련 등 강대국들이 앞을 다투어 2백해리 전관수역을 선포한 것은 많은 군소 국가들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단백질의 51%를 바다 생선에서 섭취하고 있는 일본과 같은 나라는 「히로시마」원폭에 해당하는 「쇼크」를 받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세계의 유수한 어장들이 그 전관수역에 막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전관수역은 그 구획안의 해중·해저·지하 등 전체를 포함하는 생물·미생물 및 광물 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 행사 의지의 선언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럴 경우 연안의 관할권은 넓어질지 모르지만 원양어업의 무대는 말할 수 없이 좁아진다. 소련의 「캄차카」근해에서 우리의 원양어선들이 끌어올리는 물고기만 해도 연 40만t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미·소 뿐 아니라 구공시도 뒤따라 전관수역을 선포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역시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어로 전쟁」의 상황에 접어든 것 같다.
최근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놓고 소련과 대화의 통로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3면에 바다를 가진 반도국으로는 더없이 큰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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