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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반년-「아스토리아·호텔」 암「달러」상 강도 살해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아스트리아·호텔」 암「달러」상 고명숙씨 (52·여) 강도 살해 사건이 8일로써 사건 발생 만 6개월이 지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이 사건을 해결키 위해 서울 중부 경찰서에 수사 본부 (본부장 한기태 서울시경 형사 과장)를 설치, 서울 시내 전 경찰력을 동원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수사 본부 존속 기한인 6개월을 허송했다.
당초 이 사건은 ▲범인의 전화 요구에 고씨가 선뜻 따라 나설 정도로 범인과 고씨는 평소 거래가 잦은 사이였으며 ▲범인이 고씨를 유인한 회현동 「오리온」 다방과 살해 장소인 「호텔」과 명동 암「달러」 골목이 반경 1km이내로 범인은 이곳과 지연을 갖고 있으며 범인과 3분 동안 대화한 「호텔」 예식부 종업원 강정숙 양( 22)을 비롯 목격자가 8명이나 돼 범인 인상 착의가 뚜렷하여 쉽게 해결될 전망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1백20명의 수사 요원을 동원, 이 사건을 전담 시켰으나 그동안 ▲「로얄·호텔」 일본인 강도 상해 ▲제일은행 남대문지점 3인조 권총 강도 ▲한강 인도교 부부 역살 뺑소니 ▲서부서 관내 3연속 강도 상해 ▲영등포서 관내 3연속 살인 사건 등 강력 사건이 잇달아 수사력이 분산됨에 따라 전담 요원은 현재 24명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시민 제보는 8월 중순쯤 『인상 착의가 비슷한 청년이 C「호텔·로비」에서 서성거린다』는 것을 끝으로 겨우 37건에 불과하다.
경찰은 지금까지 고씨 주변 인물 2백37명과 강도·절도 전과자 4백85명 및 명동·회현동 일대 우범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수사했으나 혐의점을 캐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난달 말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 고씨 주변 인물에 대한 재수사를 펴는 등 수사의 한계점을 노출시켰다.
수사 전문가들은 또 ▲지난해 봄 소매치기 독직 사건으로 개인 정보망이 튼튼한 수사 형사들이 많이 퇴직했고 ▲잔여 수사관 중 세칭 「유능한 경찰」들이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 보안·정보·경무 등 비교적 말썽 없는 자리를 찾는 무사안일주의에 흐르고 있으며 ▲일선서 수사 과장들이 잡음을 피해 적극성을 띠지 않은 채 1년여마다 있는 정기 인사 때까지 기다리다 전직하려는 경향이 있어 강력 사건이 미해결로 남는 일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해결된 ▲서울은행 종로 5가 지점 권총 강도 ▲제일은행 남대문 지점 권총 강도 사건이 모두 시민 제보로 해결됐음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고씨의 2녀 장해자 양 (27)은 10여년 동안 어머니가 피땀 흘려 마련한 중곡동의 집을 팔아 잠실 13평「아파트」로 이사했다면서 경찰이 사건 해결을 위해 성의를 보이는 것 같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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