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가가치세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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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납세고지서를 받아들고 세금이 너무 많다고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도 고지서 없이 물건값이나 숙박료 등에 얹혀 나오는 세금-간접세에 대해서는 아주 둔감하다.
우리가 소매상에서 1병에 4백50원을 주고 사 마시는 맥주 1병(6백40㎖)의 총 원가가 1백13원(재료비 72원·제조비 41원)에 불과하며 여기에 2배가 넘는 1백76원의 주세와 35원의 방위세, 그리고 5원의 이윤이 붙어 3백30원에 출고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이처럼 각종 물건값이나 「서비스」요금에 붙어 나오는 세금의 종류는 영업세·물품세·주세·통행세 등 10개나 되며 지방세인 유흥음식 세도 간접세의 하나다.
월급을 탈 때 꼬박꼬박 떼는 세금 외에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세금을 물고 있다는 얘기다.
부가가치세는 이처럼 잡다한 각종 간접세를 하나로 묶은 세금이다.
따라서 내년 7월1일부터 부가가치세제가 실시되면 이제까지 영업세·물품세 등을 물던 업자들은 부가가치세 한 가지만을 물게 되며 세율도 13%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세율을 13%로 한 것은 이제까지 간접세로 국민이 내던 세금 규모와 같은 규모의 세금을 징수하자면 이 수준이 돼야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과세되는 세금을 소비자가 모두 부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새로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한 것은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리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그보다 부가가치세가 실시되면 유통단계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이 영수증(세금계산서)을 받지 않으면 판 사람이 물어야 할 세금까지 떠맡게 되므로 자연히 영수증 주고받기가 실시되어 탈세를 막게되기 때문이다.
철저히 세금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세금을 산출, 납세하는 과정을 보자.
가구업자 갑이 목재상 을로부터 1만원 어치 재목을 사서 가구를 만들어 5천 원의 이익을 붙여 팔려고 한다.
이때 목재상 을은 목재대금 1만원에 13%의 세금을 붙여 1만1천3백원을 받고 팔고 세금계산서를 갑에게 교부해야 한다.
갑은 그로부터 매입한 목재 값에서 을이 낸 세금을 제외한 재료비(1만원)와 자기가 붙이려는 이익금 5천원을 합한 1만5천원에 13%의 세율을 적용한 세금(1천9백50원)을 물건값에 붙여 소비자에게 1만6천9백50원에 팔게된다.
그러나 실제로 갑이 내는 세금은 1천9백50원 중 이미 을이 낸 세금 1천3백원을 공제한 6백50원만 내면 된다.
을이 낸 세금 1천3백 원은 목재대금에 얹어 을에게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갑이 을로부터 이런 사실을 입증할 세금계산서를 받아놓지 않았다면 을이 내야할 세금 1천3백원을 포함한 1천9백50원을 모두 내야한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를 모두 흡수·통합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우리세법은 개별세적 성격이 있는 주세·전화세·인지세를 빼고 일반 소비세적 성격을 띤 영업 세·물품 세·직물류세·석유류 세·전기「개스」세·통행세·입장세, 그리고 내년부터 국세에 편입되는 유흥음식 세 등 8개만을 흡수하게 했다.
부가가치세제를 실시하는데는 장점도 많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그 중의 하나가 부가가치세의 본질상 가치 중립적이라는 것. 즉 세금을 하나의 정책수단으로서 어느 산업을 육성하려면 세금을 적게 매겨 부담을 줄여주고 억제하려면 세금부담을 늘리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단일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산업정책·소비정책 적 배려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부가가치세법은 면세제도와 특별소비세법이라는 보완적 세제를 따로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면세제도는 ①수출상품·외화획득을 위한 재화나 용역에 대해서는 완전면세를 하여 이미 낸 세금을 환급해주고 ①쌀·야채·연탄·「버스」삯·신문·잡지 대 등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특별소비세제도는 귀금속·보석·승용차·「골프」장 등 사치성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외에 따로 최고 1백60%까지의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법과 함께 시행될 특별소비세법은 보석·귀금속·청량음료·빙과류 등 30개 품목을 과세대상 품목으로 지정했다.
둘째 문제는 부가가치세제를 실시하려면 납세자, 즉 영업자들이 거래내용을 기장하고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을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영업규모 등으로 보아 적응을 못할 업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연간 거래액 1천2백만원 미만의 영세업자들에게는 부가가치세제 적용을 면제, 2%의 인정과세를 실시키로 하고있다.
세째로는 부가가치세 실시가 물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즉 이제까지 각종 물건값이나 「서비스」요금은 기존 세금체계를 전제로 형성된 것이므로 새로운 세금질서가 적용되면 물가체계도 진동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부가가치세제 실시로 물가가 한꺼번에 12.5%까지 오르는 진통을 겪었다. 우리의 경우도 물가파동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아있다. <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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