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억제 계획의 과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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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의 인구밀도는 3백57명으로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다만 지난 5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1.8%로 73년의 세계인구 평균증가율 2.0%에 비해 약간 낮은 편이다.
3차 5개년 계획 기간 중의 연간 GNP 평균 성장율은 8.6%로서 1.8%의 인구 증가율을 「커버」하고도 남는 것이기는 하나 어쨌든 계속적 인구증가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효과를 감퇴시키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인구증가율의 적정한 억제는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당면 정책과제의 하나다.
그러나 인구가 많다는 것을 꼭 나쁜 것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인구는 국력의 중요한 하나의 바탕이 될 뿐더러 경제발전의 기간요인인 노동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현재는 우리의 인구가 북한의 배가 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같이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선 인구가 많은데서 오는 강점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인구억제 정책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뜻에서 가임 여성의 1인당 출산력을 현재의 3.5인에서 장기적으로 2인까지 내리려는 정부의 인구정책 추진계획은 그 의욕을 높이 살 수는 있겠으나 실천에 있어 문제점이 적지 않다.
62년 정부가 가족계획 사업을 시작한 이래 우리 나라 여성들의 출산력은 6인에서 3.5인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점점 한계 억제의 어려움이 커 가고 있어 이를 다시 2인으로 줄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작업이 될 듯 하다.
아마 정책의 힘으로 출산력을 2인으로 낮추자면 강제력을 동원한 전면 인구통제가 요구될지 모른다. 이러한 강제적 인구통제가 과연 이 자유사회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때문에 합리적인 인구정책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노력과 가족계획을 지원하는 등 계몽과 행정지원의 테두리를 지켜야한다.
우리 나라의 가족계획 사업이 부닥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들은 꼭 있어야겠다』는 남아선호와 자손번창을 복으로 생각하는 전통적 의식구조다. 이러한 뿌리깊은 의식구조는 결코 단시일 내에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남자위주로 되어있는 민법의 호주 및 상속제도를 고치자는 것이 남녀평등이란 이유에서라면 모르겠으나, 남아선호의 의식구조를 개선하는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역시 그 보다는 가족계획에 대한 계몽을 더욱 강화하고, 불임수술의 시술·가족계획 용구의 지원 및 시술에 따른 여러 지원을 강화하려는 정부시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다만 가족계획의 계몽에 있어선 부모의 호응과 책임을 강조해야지, 세째 이하의 아이들이 스스로 『덤으로 낳은 인생』식의 마음 상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반적인 국민소득의 향상과 각종 사회보장 책의 확대가 인구억제에 가장 순리적인 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남아선호나 자식을 많이 갖고자 하는 심리의 바탕에는 솔직히 말해서 자손의 번창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함께 노후의 안정이라는 이기적 동기가 없다할 수 없다.
따라서 늙어서도 자식에게 기댈 필요가 적은 사회가 되면 적어도 자식을 많이 갖고 싶어하는 성향은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고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는 선진국의 인구 자연 증가율이 후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73년의 세계 인구 통계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평균 인구증가율 2.5%에 비해 선진국은 0.8%에 불과했고 특히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한 서구가 0.5%, 미국이 0.6%이었다.
원래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베이비·붐」에 태어난 여성들이 가임기에 이른 지금 우리의 인구억제 문제는 중요한 정책적 관심사에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그러한 억제시책은 지속적으로 무리 없이 지탱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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